누군가는, 아니 대다수는 살면서 누군가를 비판하고 비난한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에도 몇 번씩 누군가의 흠을 잡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인간관계는 이어간다. 그렇게 인간 세상이 돌아가는 일이 당연한 듯싶은데, 서로 물어 뜯으려고 혈안인 선거철이 도래하면서 심각한 악취가 뉴스를 장식한다.

그런 면에서 농사는 왜 마음 편할까? 열악한 분야지만 비난의 대상이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리 복잡할 일도 없다. 자연에 대고 비난한대도 욕을 먹거나 소송을 당하지 않으니 마음이 편하다. 그렇게 다 받아주니 차츰 비난할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게 자연에 대한 비판은 마음속에서 들리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의 잘못인데 자연을 비난해 무얼 하겠느냐는 진리를 자연은 조용하게 알려 준다.

천재지변은 예외겠으나 심각한 자연 훼손이 가져온 인간의 의도한(?) 재난 상황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경치가 좋다고 산을 무분별하게 파먹고 살다가 붕괴한다고 자연을 탓할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렇듯 비난과 비판은 상대성이다. 서로를 잡아먹으면서 차츰 강한 힘을 갖고, 외려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악한 마음은 어느덧 조용히 사그러든다. 왜 그럴까? 헐뜯는 마음이 쌓이고 쌓이면서 강력한 악의로 진화하는 상황은 당연하다.

그렇게 쌓인 악의가 한 인간을 지배하면 사건이 벌어진다. 자신에 대한 비난이나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고 무참히 인격 살인을 당하면 사람 관계에서 사고로 이어진다. 안타깝지만 일상생활에서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산속에서 혼자 살지 않는 바에야 서로 얽힐 만큼 얽힌 인간 세계에서 이 같은 상황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심각한 점은 반응하지 않았을 때 더욱 큰 악의가 덮친다는 사실이다. 상식에 어긋나지만 그들이 힘이 있으면 법과 누군가는 그들을 옹호하고 지켜준다. 그러니 악의가 쌓이고 개인 복수가 유행처럼 번진다.

오죽하면 개인 복수가 정의에 가깝다는 내용의 드라마가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킬까. 과거에는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받았지만, 최근엔 개인 복수로 마음이 쏠린다. 어쩌면 당연한 셈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책은 가족에게 있다. 가족관계에서 비난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법도 하지만, 다행히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를 중화한다. 물론 도를 지나친 인간 쓰레기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가족의 감싸 안음에 조금씩 제정신을 차린다.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하고, 이를 사회 공동체로 확대하는 일이 비난이 판치는 세상을 정화하는 실마리가 아닐까. 지키지도 않는, 정의롭지도 않은 법보다 ‘측은지심’으로 상대를 바라보려는 노력이 우리 사회 근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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