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현 인천100인의 아빠단 다둥이엄마
문지현 인천100인의 아빠단 다둥이엄마

생각지도 못했던 때에 셋째 아가가 우리에게 왔다. 셋째가 생겼다는 소식을 주변에 전하자 축하한다는 인사보다 "어떻게 키우려고?"라는 걱정의 소리를 먼저 들었다. 그렇지만 임신기간 일하고 온 아내가 힘들까 봐 남편이 큰애·작은애를 어떻게든 돌보려고 애쓰는 모습에 걱정이 점점 사라지고, 아이가 생긴 기쁨을 누리고 또 기대함으로 셋째를 기다렸다.

남편이 처음부터 육아에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었다. 우리 부부는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고 놀아 줘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책으로 연애를 배워 서툰 것처럼 책으로 육아를 배웠다. 우리 둘 다 서툴고 어찌해야 좋을지 매번 고민하며 첫째를 키웠고 둘째까지 생겼었다.

그때 남편이 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에서 운영하는 인천100인의 아빠단을 알게 됐다. 아빠들이 다양하게 아이들과 놀아 주는 모습과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을 보며 배우고, 자신 역시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가진 듯했다. 남편은 아이와 단둘이 외출을 부담스러워했고 뭘 해야 할지도 잘 몰랐었는데, 아빠단 활동을 다니며 둘이서만 외출하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다른 아빠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하고 싶은 것들도 생겨나 리스트를 작성하기까지 이르렀다. 

나도 일은 했지만 늘 고민하고 애쓰는 남편을 보니 일하랴, 아이들하고 놀아 주랴 안쓰러우면서도 고마웠고, 내가 감당하던 부담이 많이 덜어지면서 육아는 점점 할 만한 일이 됐다.

그리고 둘째가 태어났다. 육아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남편은 첫째 때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둘째를 돌봐 줬다. 어느새 둘째는 엄마보다 아빠를 더 찾았다. 아빠 없이는 잠을 자려고 하지 않았다. 

아빠가 적극 육아에 참여하니 아이들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빠가 든든히 지켜 준다는 믿음을 전제로 아이는 세상에 나아가 용감하게 탐색하며 자신의 호기심을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엄마랑 놀 때랑 아빠랑 놀 때, 조금씩 뭔가가 다르다는 것을 느끼며 다양하게 노는 법을 배워 나가기 시작했고, 첫째는 겁이 많은 편이었지만 점점 용기를 냈다. 어려워 보이는 일에도, 힘들어 보이는 일에도 도전하기 시작했다. 도전을 넘어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것은 아이에게 자존감으로 쌓여 가고, 이 자존감으로 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선순환이 이어졌다.

아빠가 육아에 적극 참여하면서 가정에는 질서가 잡혀 가고 아이들은 더 잘 성장한다. 그래서 우리는 셋째 기르는 게 두렵지 않고 걱정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라난 첫째와 둘째가 본이 될 테고, 엄마와 아빠의 공동 육아로 안정적인 질서 안에서 스스로 배우며 자라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육아를 함께하는 아빠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인천지회에서 운영하는 인천100인의 아빠단 활동(체험 프로그램, 온라인 주간 미션, 부모 교육, 정보 공유 등)에 적극 활동하며 참여한 덕분이다. 참여해 활동하는 남편과 인천100인의 아빠단에 감사하다.

함께 육아는 꼭 엄마와 아빠만이 함께하는 육아가 아닌, 아이들의 친구 가족 그리고 주변에 육아하는 가족들이 서로 함께하는 육아라고 생각한다. 다둥이를 육아하는 엄마의 힘듦을 이해하고, 어려움을 공유하며, 서로 함께하는 육아가 행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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