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이 아파트에 안 살잖아! 시끄럽게 하지 말고 당장 놀이터에서 나가! 거지 새끼들도 아니고…."

2년 전 한창 떠들썩했던 인천 영종도 모 아파트 놀이터 사건이 아니다. 얼마 전 아들이 친구들과 동네에 새로 지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들은 말이다. 아들 말로는 경비아저씨가 자신을 포함해 놀이터에서 놀던 친구들에게 소리를 질렀고, 가까이 있던 친구가 저렇게 들었단다.

아들한테 전해 듣기만 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 퇴근길에 당장 해당 아파트로 쫓아갔지만, 쉬는 시간이라 경비아저씨와 마주치지는 못했다. 욕설을 들었다는 아들 친구 말이 확실하지 않아 그 뒤로 더는 문제 삼지 않았지만, 경비아저씨가 말하려던 의도는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변변한 놀이터도 없는 곳에 사는 가난한 애들이 비싼 아파트에 허락도 없이 가서 노는 꼴이 못마땅했을 터다.

최근에는 비슷한 이유로 외부인 출입을 막는 새 아파트가 많다. 어떤 곳은 보안문까지 설치해 입주민이 아닌 외부인 출입을 철저하게 차단한다. 보안문을 통과해야 이용 가능한 시설은 그렇다 쳐도 외부에 개방한 놀이터를 다른 동네 아이들이 찾아가 논다고 쫓아내는 못된 심보는 어디서 나올까?

잊을 만하면 나오는 단골 뉴스가 임대아파트 같은 곳에 사는 이들에 대한 차별 이야기다.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멸칭까지 등장하면서 아이들끼리 사는 집에 따라 차별과 멸시를 일삼는다는 내용은, 들을 때마다 씁쓸함을 넘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그런 짓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이들은 틀림없이 부모를 보고 배웠을 테다.

사람을 재산과 직업·배경 따위로 등급을 매겨 어울려도 되는지, 인도 카스트 안에도 들지 못하는 ‘달리트(불가촉천민)’처럼 벌레 보듯 해야 할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나누고 아이들에게도 차별을 대물림한다.

그렇게 ‘고귀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면 삶이 행복할까? 가진 재산으로 선을 긋고 자신은 상위 1%에 속하는 사람이니까 자기들끼리만 어울려야 한다는 ‘천하디천한’ 생각. 고만고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끼리도 서로를 계급으로 구분하려는 모습에 아직 우리 사회가 겉으로는 평등한 사회인 척하지만 속으로는 사회 전체에 천한 차별 의식이 깊게 뿌리내린 듯하다. 그저 아이들이 뛰어노는 순수한 공간인 놀이터만이라도 천한 생각을 마구 내뱉어 더럽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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