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승 의원이 아파트 마을 고양이 급식소에서 먹이를 주는 모습, <이혜승 의원 제공>
이혜승 의원이 아파트 마을 고양이 급식소에서 먹이를 주는 모습, <이혜승 의원 제공>

군포시의회에 ‘마을 고양이 돌보미’가 있다. 주인공은 이혜승(민주·비례)의원으로, 소문처럼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에 앞장서고 군포시 동물복지포럼이라는 의원 연구단체도 구성해 대표로 활동 중이다. 이 의원을 만나 어떤 기회로 이 같은 별명을 얻었는지, 그간 활동 내용과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개 사육장 문제점은 무엇인지, 동물복지포럼이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지를 두 차례에 걸쳐 들어본다.

-반려동물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게 소문이 났는데, 조금은 과장된 듯싶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힘없고 연약한 반려견·반려묘를 비롯한 동물 복지 필요성을 줄곧 주장하면서도 서민을 위한 정책도 많이 제안했는데 그쪽만 부각한 듯하다. 더구나 동물에 관심을 가진 시기는 2021년부터여서 그리 길지 않다.

동생이 원하는 대학에 붙으면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가족들이 그 뜻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대학에 합격한 뒤 강아지를 데려왔다. 그런데 막상 동생이 입학을 하면서 바빠지다 보니 도맡아서 키우게 됐다. 솔직히 그 전까진 애완견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었는데 강아지가 아파서 비 오는 새벽에 동물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으면서 이 ‘아이’와 사랑에 빠졌다. 이후 연약한 강아지와 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주변에서 ‘캣맘’이라고 부른다.

▶최근 동물복지 전문가가 용어를 정리해 줬다. ‘캣맘’은 누군가가 버린 고양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주변에 폐를 끼치는 사람을 비판하는 뜻으로 쓴다. 해서 맘은 ‘돌보미’로, ‘길고양이’는 ‘마을 고양이’로 바꿔 ‘캣맘’을 ‘마을 고양이 돌보미’로 불렀으면 한다.

이런 별명도 다른 사람 의지로 생겼다. 아파트에서 13년 동안 고양이 밥을 주던 아주머니와 친분이 있었는데, 이 분이 이사 갈 상황이 되자 저한테 간곡히 부탁해 갑자기 떠맡게 됐다. 고양이를 돌보겠다고 약속했기에 시간이 되면 정한 장소에 가서 먹이를 줬다. 캣맘에 대한 따가운 시선 탓에 새벽 시간을 이용하기도 하고, 마스크를 쓰고 몰래 가서 고양이를 만났다.

어느 날 ‘내가 왜 이렇게 죄인처럼 행동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던 중 동대표를 새로 뽑는 공고를 보고 출마해 당선했다. 그리고 마을 고양이 문제를 공론의 장에 올렸다. 주민을 설득해 아파트에 공공급식소를 설치하고, 공공 성격을 알리려고 시 관련 부서에 도움을 청해 급식소 곳곳에 시 마크도 달았다.

-무작정 마을 고양이에게 밥을 주면 주민에게 폐를 끼치지 않나.

▶고양이 우는 소리를 싫어하는 주민이 많다. 또 어떤 주민은 차 엔진룸에 고양이가 들어갔다가 시동을 거는 순간 죽는 바람에 사체를 치우느라 애를 먹고 차도 고장이 나 애먼 돈까지 들었다.

이런 문제를 미리 막는 차원에서 고양이 급식소가 필요하다. 야생 고양이에게 밥을 안 준다고 굶어 죽지 않는다. 외려 굶주리다 보니 쓰레기봉투를 뜯거나 먹을거리를 찾아서 식당이나 가게를 기웃대면서 고양이가 더 퍼지게 된다. 급식소에서 밥을 주고 겨우내 살게 해야 엔진룸 사고나 고양이 소음 따위가 줄어든다. 더구나 급식소에서 손쉽게 포획해 중성수술을 함으로써 개체 수 조절도 가능하다.

-앞으로 계획은

▶마을 고양이에게 급식소가 왜 필요한지 적극 알릴 계획이다. 지자체 사업으로 공공성을 띠어야 한다. 행정복지센터, 파출소, 도서관 같은 공공기관에서 시행해 고양이 급식소 운영이 불법이 아니라는 사실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환경부가 나서서 급식소를 운영하고 개체 수를 조절한다.

연구단체인 동물복지포럼을 활용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내실 있게 운영하면서 실천하고 싶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남겨 호수에 작은 돌을 던질 때 퍼지는 물결처럼 정부 사업으로까지 자연스럽게 확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포=임영근 기자 iy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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