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느끼고 어느 방식으로든 표현한다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까?
 

8일 인천시 미추홀구 도화동에서 만난 이미애 예술의정석 대표<사진>는 "인지하지 못할 뿐 모든 사람은 예술성을 지녔다"며 "문화예술 사각지대에 놓인 주민들이 예술성을 발견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소통형 예술을 추구하려면 기획 단계부터 주민들이 감독자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마따나 예술의정석 거점 공간엔 목공방과 양식당, 부동산, 피자가게를 비롯한 인근 상인들 인터뷰를 바탕으로 꾸린 전시가 한창이었다.

저마다 예술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담아낸 인터뷰 발췌문과 함께 피클과 술병, 방진마스크, 목장갑, 도마 들 상인들이 매일 영업하며 마주하는 용품들을 매달아 전시한 시각예술전과 이들 사업장 간판을 찍은 사진전이 두 공간에서 각 펼쳐졌다.

이번 전시와 함께 준비한 공연 또한 준비 과정은 특별했다.

상인들이 영업 중 자주 듣는 ‘노동요’를 추천받아 목록으로 정리한 뒤 클래식 연주곡으로 편곡을 거쳤다.

완성한 목록엔 김세정과 규현, 임영웅과 같은 대중가수들 가요부터 인천 프로야구단 ‘SSG 랜더스’ 응원가인 김트리오의 ‘연안부두’까지 상인들 취향이 가감 없이 담겼다.

이 대표는 "상인들에게 클라리넷 앙상블과 피아노로 공연을 꾸민다고 소개하니 피아노로는 이 곡을, 관악기로는 저 곡을 들어보고 싶다며 의견을 적극 제시했다"며 "어떤 음악을 어떤 형태로 공연했으면 좋겠는지 구상하는 과정에서 상인들은 자연스럽게 내재된 예술성과 음악 감각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주자들은 상인들이 고른 곡을 그들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편곡해 음악으로 구현할 뿐"이라며 "자칫 지루할 법한 기존의 일방향 클래식 공연이 아닌 시민들이 주인이 돼 꾸려 가는 쌍방향 예술을 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이 같은 작업에 나선 건 예술가로서 삶을 벗어나면서부터다.

6살 때부터 피아노를 쳐 피아노연주학 석사까지 졸업한 그는 ‘피아노만 칠 줄 알면 굶을 일 없다’는 생각으로 학원과 레슨 일을 구했지만 2021년께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원이 줄지어 문 닫으면서 백수 신세가 됐다.

베이킹 사업을 벌였다 실패하는가 하면 기간제로 취업해 1년여간 직장생활도 경험하며 생업으로 바쁜 시민들에게 클래식은커녕 예술을 접할 기회나 시간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단 사실을 깨달았다.

사표를 내고 문화예술교육 공부를 시작한 이 대표는 올해 ‘제물포 오디세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뜻이 맞는 음악가·미술가 5인과 문화예술단체 ‘예술의정석’을 설립한 뒤 인천문화재단 ‘2023 청년문화예술특화거리 청년 점점점’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생업에 종사하느라 바쁜 시민들은 예술이 사치일 수밖에 없는 삶을 살고, 해외 유학까지 거친 예술가들은 세상과 동떨어져 작업만 한다"며 "문화예술 격차를 줄이고 예술을 매개로 서로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 섞이고 소통하도록 잇는 다리가 되겠다"고 말했다.

제물포역 인근 청년 자영업자들과 함께 꾸린 이번 공연과 전시 ‘제물포 오디세이’는 11일과 12∼19일 각 제물포역 북광장과 도화동 88-27 301호에서 연다. 예술의정석은 내년 노인 자영업자들과 함께 꾸리는 두 번째 프로젝트와 함께 주민들을 대상으로 악기 체험수업과 실내 연주회를 추진할 계획이다.

윤소예 기자 yoon@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