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소성주’는 신라시대 인천 옛 지명 ‘소성현’에서 이름을 따왔다. 85년 동안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막걸리로서 부담 없는 맛과 값으로 오랜 기간 인천 서민들의 술로 자리매김한 소성주. 소성주가 긴 시간에 걸쳐 인천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비결을 도대체 뭘까.

인천탁주 전경.
인천탁주 전경.

# 역사

‘막걸리’는 막, 마구, 거칠게란 뜻의 ‘막’과 ‘거르다’를 더한 우리말로, 역사책에서 맑은 술인 ‘청주’와 대비하는 ‘탁주’로 등장하고 주세법에서도 ‘탁주’라고 한다.

탁주 뿌리를 찾자면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대량생산으로 서민들이 즐겨 찾는 현대 의미의 막걸리는 일제강점기 때 기록에 나온다.

1938년 신문기사에서 인천 주류품평회 약주 부문 우등상을 대화양조장(현 정규성 인천탁주 대표 조부가 운영)이 차지했다는 기사를 근거로 현 소성주가 태동한 시기라고 추정한다.

지금의 소성주를 만드는 ‘인천탁주’는 1962년부터 인천에 자리한 영세 양조장들이 공동 사업을 시작하면서 합작 기틀을 다졌고, 1974년 주세법을 바꾸며 국가가 주도한 주조장 대단위 통합 과정에서 11개 양조장을 합쳤다. 이때부터 주주 대표 11명이 ‘인천탁주 합동제조장’을 설립·운영하면서 부평구 청천동에 제1공장을 세워 소성주 요람을 만들었다.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인천지역 막걸리 양조장 지도.
일제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인천지역 막걸리 양조장 지도.

1960~1980년대 격동기를 거치면서 막걸리 주재료도 많은 변화를 거쳤다. 1965년 ‘양곡관리법’ 발표로 쌀로 술을 빚지 못해 밀로 대신했고, 1977년 통일벼가 남아돈다는 이유로 잠깐 쌀로 제조하도록 했다가 2년 만에 철회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0년대 접어들자 정부가 다시 쌀 소비를 장려하면서 인천탁주는 업계 최초 100% 쌀로 만든 막걸리인 소성주를 출시해(출고가 600원) 쌀막걸리 시대 부활을 알렸다.

소성주는 출시 뒤에도 국내 최초 ‘테트라팩’(현 멸균팩류) 용기에 담아 ‘농주(農酒)’라는 이름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당시 막걸리는 발효식품이기에 보관기간이 일주일 미만으로 짧아 유통 과정에서 20% 정도가 변질해 폐기하기 일쑤였지만, 테트라팩 개발로 6개월 이상 보관이 가능해 해외 수출까지 성공하면서 호황기를 누렸다. 이후 ‘청수’와 ‘햇쌀’로도 출시하다가 지금의 소성주로 자리잡았다.

# 특징

소성주는 부드러운 목 넘김과 상쾌하게 톡 쏘는 청량감이 특징이고, 특유의 감칠맛까지 느껴진다. 이런 이유로 소성주에 길들여진 인천 사람들은 다른 막걸리와 잠깐 ‘외도’는 할지라도 결국 돌고 돌아 소성주 매력을 다시 찾는다.

인천탁주 제품개발실 관계자는 "사실 어느 지역 막걸리나 기본 재료나 제조법은 거의 비슷하다. 단지 우리는 특유의 맛을 살리려고 숙성 기간을 늘린다든지, 저온 숙성 공법으로 부드럽게 해 차별을 두려 노력한다"며 "그 미묘한 차이가 소성주만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고 자랑했다.

인천탁주 대표 술 소성주.
인천탁주 대표 술 소성주.

# 인천의 소성주 사랑, 소성주의 인천 사랑

소성주는 인천지역에서 막걸리 점유율 80%에 이를 정도로 인천시민 사랑을 독차지한다. 물론 지역 막걸리 특성상 유통기한과 유통 거리가 짧아 당연한 결과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수도권 지역에서 대형 양조장 막걸리가 위세를 떨치는 상황과 견주면 독차지란 말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

보기를 들어 국내 점유율 1위(2022년 기준 약 40%)인 ‘서울탁주’에서 만드는 ‘장수막걸리’ 서울지역 점유율이 70% 정도라는 사실만 봐도 인천시민들이 소성주에 얼마나 각별한 애정을 쏟는지 알 법하다.

소성주가 인천시민 사랑을 독차지하는 만큼 인천탁주는 그 사랑을 온전히 지역에 돌려준다.

정규성 인천탁주 대표는 "지역주민들이 소성주를 마셔 주고 찾아 주시기에 회사가 이익을 낸다. 그렇게 생긴 이익이기에 지역 환원이 바람직하다고 늘 생각한다"고 말한다.

정 대표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 클럽’ 회원이다. 꾸준한 기부로 2014년 ‘사랑의열매’ 대상과 기부 분야 금상도 수상했다.

게다가 대한적십자사 기업 정기 후원과 ‘소성사회복지사상’도 제정해 인천 사회복지 발전에 이바지한 사회복지사를 4년째 포상한다. 지역사회 크고 작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마다 기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인천탁주 대표 술 소성주.
인천탁주 대표 술 소성주.

# 맛있게 마시는 법

시원하다면 웬만해선 맛이 없기 힘든 막걸리지만, 소성주를 만드는 공장을 찾은 김에 공장 사람들만 아는 맛있게 마시는 비법이 궁금해 관계자에게 물었다.

"딱히 비법은 없고 취향대로 마시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대개 10℃ 정도로 무조건 차게 드시길 권한다. 김치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먹는 방법도 좋다고 하더라"며 다소 싱거운 답변을 내놨다.

한때 젊은 층 사이에서 막사(막걸리와 사이다)나 소막(소주와 막걸리)을 마시는 법이 유행한 터라 일반 사람들은 모르는 혼합법도 아는지 물었다.

"취향대로 섞어 드시는 방법이 좋긴 하지만, 사실 막걸리는 그 자체로 마셔야 가장 맛있다"며 "의외로 막걸리 공장답지 않게 술을 즐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대표님도 술을 잘 못 드신다"고 귀띔했다.

# 앞날

소성주가 목표로 삼는 앞날은 어떤 모습일까?

제품개발실 관계자는 "소성주는 그동안 꾸준하게 품질을 높여 맛에서는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그래서 소성주 말고 자매품을 출시하려고 다양한 시도를 한다"며 "올해 초 출시한 자매품 ‘쌀은 원래 달다’가 그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정규성 인천탁주 대표.
정규성 인천탁주 대표.

인천탁주는 최근 시장 유행에 따라 일반 막걸리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프리미엄급 제품을 신제품으로 선보였다. 알코올 도수 9도와 12도 두 종류로 출시했는데, 인공감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쌀로만 단맛을 냈다.

떠서 먹는 전통 막걸리 ‘이화주’를 다시 해석한 이 제품은 지난 4월 연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 맛에서 인정을 받았다.

프리미엄급 제품까지 출시했지만 막걸리는 서민 술이라는 한민족만의 정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정 대표는 강조한다.

정 대표는 "와인 하면 고급 술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 프랑스에서는 우리나라 막걸리처럼 대중이 널리 마시는 술이다. 좋은 일이 생기면 마시는, 생활에 녹아든 동반주(同伴酒)"라며 "그런 막걸리로 ‘소성주’가 자리매김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김동현 기자 kdh@kihoilbo.co.kr

사진=<인천탁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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