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인천시장이 김포시의 서울 편입 시도를 비판한 발언으로 역풍을 맞는다고 한다. 국민의힘 내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유 시장을 향해 험한 말을 쏟아내는 데다, 항간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불쾌한 심정을 드러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유 시장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당론으로 추진하는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두고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국민의 적극 의견 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필수임에도 제대로 검토도 안 됐고, 국민 공감대도 없는 정치공학적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현 가능성 없는 정치 쇼"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어디 하나 군더더기 없이 옳은 말만 했다. 선거를 불과 5개월여 앞두고 터져 나온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은 아무리 살펴봐도 실현 가능성은 물론 양 도시가 가져갈 이익은 ‘눈곱’만큼도 없기 때문이다. 

김포시는 가졌던 특례를 모두 포기해야 하고, 각종 개발계획 주도권도 서울시에 내줘야 한다. 세입 감소는 물론이고 그렇게 자랑했던 가용 토지는 서울시 기피시설 수용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실익은 없고 ‘서울특별시민’이 된다는 허울 좋은 명분만 손에 쥘 뿐이다. 서울시 역시 흥겨운 손익계산서를 얻기도 시원치 않다. 법적으로 봐도 실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11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 특별법으로 의원 입법에 나선다고 할 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옳다구나’ 하고 동조할 리도 만무하다. 

누가 봐도 ‘총선용’ 공포탄이라는 점을 모르지 않음에도 이를 비판한 유 시장을 향해 악담만 쏟아진다. 박정하 수석대변인과 조경태 국민의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장까지 나서 유 시장 발언을 비판했다. 여기에 유 시장의 과거 민주당 이력까지 물고 늘어지며 징계해야 한다는 발언이 당내에서 나왔다고 한다. ‘조리돌림’ 수준이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이 정상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당론이 당론 같아야 동조한다. 그런 점에서 유 시장 발언은 당을 향해 정신 차리라는 따끔한 질책이다. 그리고 민생이나 경제 살리기 대책이 아니라 ‘삼척동자도 돌아 앉을’ 말도 안 되는 이슈로 총선 국면을 뒤집어 보겠다는 당의 한심함을 겨냥한 측면이기도 하다. 충정어린 소신 발언조차 구별 못하고 당 이기주의에 빠져 유정복 시장을 망신 주기식 조리돌림하는 국민의힘이 정신을 차리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받아 들 성적표는 이미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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