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섭 인천광역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신동섭 인천광역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세수 결손 지방에 떠넘기기’, ‘지방 빚만 늘린다’, ‘정부만 건전재정’ 등 중앙정부가 올해 지방교부세를 삭감하기로 하면서 지방자치단체마다 아우성을 친다.

지방교부세는 지자체의 가장 중요한 재원으로, 일부 지자체는 지방교부세를 빼고 다른 재원만으로는 행정체계를 유지하기조차 힘들다. 따라서 지금 나오는 탄식과 아우성은 행정을 유지하려는 지자체 처지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실제 올해 지방교부세(보통교부세·특별교부세·부동산교부세·소방안전교부세 총 4개로 구성) 예산은 약 75조 원이며, 정부가 지방교부세 삭감을 강행하면서 약 12조 원을 줄여 올해 말 예상되는 교부액은 약 63조 원이다.

인천의 경우 당초 약 1조 원의 보통교부세가 교부된다고 보고 예산을 수립했지만 1천682억 원이 감액돼 연말 예상액이 8천817억 원으로 줄었다. 그 밖에 특별교부세·부동산교부세·소방안전교부세 항목을 전부 포함하면 더 많은 예산이 감액될 전망이다.

국세가 예상보다 많이 줄었기에 중앙정부 또한 지자체와 동일하게 상당한 재정 타격을 받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누구 하나 더 나을 게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지방교부세를 일방 삭감하며 한 입으로 두말하는 지금 행위는 법을 위반했고, 신뢰를 저버렸다.

구체적으로 첫째, 국세 감소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올해 초부터 세수 감소에 따른 다양한 비판과 걱정이 제시됐다. 기획재정부는 매월 국세 수입을 제시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국세 수입과 예산 차이는 더 벌어졌다. 현실적으로 예산 감액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기존 재원을 박박 긁어서라도 대응하겠다", "민생예산은 차질 없이 집행되니 걱정 안 해도 된다" 등의 말로 지자체를 안심시켰다. 그러다 돌연 9월 18일 ‘여유 재원 활용해 차질 없는 재정집행 추진’이라는 타이틀 안에 지방교부세는 지자체 자체 재원을 활용해 보전하겠다는, 앞뒤가 다른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중앙정부는 지자체의 주요 재원인 지방교부세를 재정집행으로 보지 않음을 어김없이 보여 줬다.

둘째, 예산 수립과 지출 단위는 1년이며, 연도 중 수입과 지출이 변동되는 경우 국회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것을 추가경정예산(추경)이라고 한다. 지방교부세 감액처럼 당초 예상한 세입보다 크게 줄어 지출 계획이 변동된 경우 추경을 통해 국회 동의를 받고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지방교부세 감액은 추경 없이 진행한다. 즉, 올해 예산안을 보면 중앙정부가 지방교부세로 지방에 내려준 재원은 75조2천883억 원이 그대로 표기된 것이다. 감액된 금액은 지방교부세 운영 사항 보고에 단순하게 몇 줄로 표기될 뿐이다. 무려 12조 원 가까이 지출이 변동됐지만 예산안에선 그 증거를 찾을 수 없고, 단순 보고서 일부로 그 규모를 확인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지자체로 교부하는 지방교부세는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가 임의로 혹은 재량적으로 내려주는 선심성 재원이 아닌 ‘지방교부세법’에 근거한 지방행정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교부하는 금액이다. 법 제5조 2항에 따르면 ‘국세가 줄어드는 경우에는 지방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다음다음 연도까지 교부세를 조절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올해 국세가 줄어서 지방교부세를 감액해야 하는 경우에는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해 내년, 2025년까지 적절하게 조절해서 교부해야 한다. 그러나 지방세까지 줄어서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방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조절 없이 한번에 대규모 지자체 재원을 끊어 버렸다.

건전재정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재정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때 달성 가능하다. 세수 결손을 지자체에 떠넘기는 행위로는 절대적으로 대한민국이 건전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당장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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