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이번 주부터 656조9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를 본격 시작한다. 지난주 부별 심사와 종합정책 질의를 마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14일부터 예산안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를 본격 가동키로 했다. 소위는 오는 17일까지 감액 심사, 20∼24일 증액 심사를 벌일 예정이다. 이후 30일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는 게 목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방침을 지키겠다는 원칙 하에 원안 유지를 목표로 하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며 맞서는 상황이다. 심사 기간 국민의힘은 분야별 감액을 요구하는 민주당에 맞서 정부안을 지켜 내기 위한 힘 겨루기 양상으로 전개하리라 전망한다. 여야는 특히 검찰·경찰·감사원 등 사정기관, 대통령실에 대한 예산 감액과 연구개발(R&D) 예산 등 주요 쟁점 항목을 놓고 곳곳에서 치열하게 대립하리라 본다.

이렇듯 여야가 정면 대결을 예고한 상황이어서 예산안 심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제때 처리할지 우려스럽다.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올해도 법정기한 준수가 어려울지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이 벌써 나온다. 예산안에 대한 여야 의견 차가 상당한 데다, 내년 총선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추진은 핵심 뇌관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해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보고하고 이튿날인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을 실행으로 옮길 경우 법정 기한 준수는 물 건너갈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인 2023년도 예산안은 법정 기한을 3주나 넘기고서야 처리해 2014년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여야가 상기해 봐야 할 대목이다. 정부와 여당의 설명대로 나눠 먹기식 예산이나 중복·방만 문제 해소를 위해 기본적으로는 삭감 기조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재정건전성에 대한 예산 기조도 좋지만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청년 예산, 소상공인 관련 예산, 저출생·고령화 해소를 위한  예산 등 민생 관련 예산은 적극 반영·보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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