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대림대 교수
김필수 대림대 교수

가격 기준으로 규제하면 고가 수입차에 대한 불만도 있으리라 판단한다. 잘못하면 FTA나 WTO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1, 2위를 다투는 BMW나 벤츠 신차의 경우 국내에서 연간 약 8만 대 수준으로 판매되는 상황에서 8천만 원 기준이면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가격 안에 존재하는 만큼 어느 정도 불만을 잠재웠을 가능성도 있다. 

8천만 원이라는 기준은 이러한 각종 불만을 죽이는 기준으로 나타났을 가능성도 있다. 이전에도 가격 기준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도 명분과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컸기에 적용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8천만 원 이상 되는 차종은 불만이 사그라들까? 쉽지 않은 선택이다. 즉, 연두색 번호판 도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이미 문제 소지는 크게 부각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는 점이다. 가격 기준이라면 도리어 가장 보편적인 모델인 그랜저 정도의 3천만 원대로 하는 게 더욱 타당했을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개인사업자가 제외된 부분도 명분상 문제점이 있다. 법인차와 개인사업자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역시 고민되는 부분이다. 8천만 원 가격 한정을 악용해 1억 원짜리 수입차를 구입한 직후 중고차 업체에 매각한 후 재매입해 일반 번호판을 다는 편법을 활용할 수도 있을 테다. 신차여도 다소 운행하고 중고차 시장에 내놓으면 감가상각이 상당히 큰 만큼 이를 악용한 기법이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법인차 기준이 명확하고 함부로 법인차를 사용하지 않는다. 도리어 일부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가 고가의 수입차를 활용한다. 대기업 대표가 1억 원이 넘는 차종과 기사를 대동하는 경우도 역시 연두색 번호판을 사용할 것이다. 우리에게는 당연한 혜택이고, 해야 하고 누려야 하는 정당한 법인차이건만 과연 주홍글씨를 새기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상기한 각종 문제점을 해결한다고 해도 과연 효과가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굳이 적지 않은 국민 혈세를 사용하면서 효과가 반감되면 없던 일이 될까? 각종 자문회의와 공청회 등 다양한 과정을 거쳤다고 하지만 과연 상기한 문제점은 확실히 해결 가능하다는 자신감일까? 아니면 형식적으로 거친 요식행위일까? 물론 반대가 없는 전문가를 동원하는 거수기 노릇은 아니라 판단되나 이후 후유증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도리어 부메랑이 된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이미 시작한 연두색 번호판 도입이 잘 마무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더구나 번호판 도입만이 아닌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제대로 된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정책은 시험이 아닌 모든 문제점을 충분히 거치고 개선해야 하는 중요한 책무다. 상기한 각종 문제점을 개선해 확실한 정책으로 순기능이 확산되기를 바란다. 잘못하면 시험적인 정책 시행으로 그 후유증은 기업은 물론 국민 개개인에게 온다는 사실을 직시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공약은 지키면 좋겠지만 당선 후 실제 상황이 아니어서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다른 대안을 모색한다고 해도 실수는 아니라는 뜻이다. 이전 대통령들도 수많은 같은 과정을 거쳤다. 특히 대통령 후보로 있는 짧은 기간 확실한 전문가 자문을 받아 진행하지 못하고 설익은 공약으로 구축한 정책이 무수히 많다. 그래서 더욱 개선시키는 대통령 공약이 더욱 중요하다. 연두색 번호판 도입이 확실히 좋은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법인차 규제를 말로만 외치다가 흐지부지된 이전 정권들과 달리 이번 정권은 시행한다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확실한 효과까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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