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이경엽 ㈔글로벌녹색경영연구원 부총재

10년 전 64세 여성이 쿠바(아바나)에서 플로리다(키웨스트)까지 165㎞를 50시간 넘게 수영을 하며 건너는 데 성공했다. 상어 방어철망도 조력이라며 거절하고 맨몸으로 위대한 도전, 4전 5기 성공을 이뤄 낸 것이다. 이 기록은 신뢰에 관한 여러 문제들이 내포됐지만 팀을 이뤄 목표를 달성한 예로 꼽힌다. 최근 아네트 베닝과 조디 포스트 주연의 실화극 ‘나인애드의 5번째 파도’다. 

그 배우들 영화는 전부 다 봤을 정도로 팬심이 있었지만 주름 깊게 패인 맨 얼굴로 대중 앞에 나서며 영화로 모든 것을 보여 준 그 자체도 너무 대단한 용기였다. 앞서 안나푸르나에서 생을 마감한 산악인 고(故) 박영석 대장도 불현듯 떠올랐다. 그의 도전은 무산소 등정 원칙을 끝까지 고수하면서 더욱 빛을 발했다고 한다. 

이렇듯 위대한 도전자들 역시 팀을 이뤄 개인적 꿈을 이루고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 리더십도 키우고 조직관리, 인사관리까지 깊이 있게 공부를 한다고 들었다. 주변에서 같이 목표나 비전을 정해 서로 맡은 역할에서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며 성장하고 도전해서 그야말로 크든 작든 성과를 이뤄 내는 것이다. 

「리더십 불변의 법칙」을 쓴 작가 존 맥스웰은 바로 이러한 개인과 주변의 힘을 아울러서 성공하는 방식, 목표 완성을 위한 도전과 성장 과제로 풀어 나갔고 리더십과 태도, 책임감, 실천에 관한 본질적 문제들을 공감력 높게 제시했다. 2006년 스펜겐버그 워싱턴 주립대 교수 연구팀은 ‘자기결정이론’에 대한 깊이 있는 논리를 제시했고, 스스로 깨어 있게 하고 진정과 공감으로 같이 일하게 하는 ‘자기주도적 본능을 일깨워 가는 일’이 팀 프로젝트 성공에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같이 일한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잘하는 상호작용이 동반성장에 가장 큰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위대한 세기적 도전은 아닐지라도 공동의 목표나 비전이 있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상호존중의 본질적 관계자산을 확보해야 한다. 잘못한 부분과 내용을 순간적으로 잡아내고 지적하면 당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방어적이 되고 변명을 하며, 지적한 사람을 공동의 적으로 지목해 은밀하고 조직적으로 벽을 쌓기 시작한다. 반면 그 반대의 경우 칭찬과 격려, 인정으로 이어지면서 조직과 인사문제가 더욱 합리적이며 긍정적, 진정성이 보여진다.

은행 지점장 재직 시 A지점에서 한 등급 높은 B지점으로 영전 형식의 인사이동을 했다. 나름 더 큰 기대와 역할에 고무돼 의기양양 새로운 곳으로 첫 출근을 했는데, 각 분야 팀장들이 한결같이 어두운 전망만 쏟아내자 실적 증대는커녕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겠다는 위기의식이 엄습했다. 그 중 가장 식은땀 나는 보고가 "지점장님! 오시자마자 정말 죄송스럽지만 이달 안으로 예수금 700억 원이 만기 해제됩니다. 재도입 안 한다는 조건으로 A회사 500억 원, B기관 200억 원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순간 영업점장 경력에 위기가 닥쳤음을 직감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아니 도대체 이 지점은 실적관리, 영업을 어떻게 해 왔길래 이 모양이냐?"라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지만 끝까지 누르고 표정 하나 흐트러지지 않으며 들었다. "그래, 위기라고 느껴지지만 더 열심히 해서 조기에 빠진 액수를 채우고 더해 좋은 실적을 거두도록 합시다. 많이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대부분 직원들이 나와 같은 배를 탄 동료의식으로 받아들였고, 이후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과 목표 달성을 이뤘다. 지금도 금융연수원 지점장 강의를 나가면 당시 이 상황을 전하며 만일 그때 머릿속 생각대로 내뱉었다면 직원들은 지점장인 나를 면종복배하며 소극적·조직적으로 저항했으리라고 이야기한다. ‘공동의 적’으로 받아들였을 테다.

현장에서 많이 야기하는 오류 중 하나가 CEO가 아닌 다른 관계자가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문제점만 지적하고 평가를 하며 현상을 고착화시켜 도전 없는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게 분위기를 만들고 이끌어 가는 것이다. 후진적 경영간섭이다. ESG 경영은 CEO의 담대하고 책임감 있는 도전의식이 우선이다. 비재무적 경영요소를 억지로 계량화시켜 교육하고 진단하며 평가한다는 프로세스 자체가 ‘꼬리가 개를 흔드는 현상(wag the dog)’을 거리낌 없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편에서 보면 ESG에 대한 대응이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이며, 수출업체와 대기업 관련 업체인 경우 개념에 매몰되는 위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코앞에 닥친 셈이다. 

경제적·역사적으로 인류는 언제나 위기가 있었고 지금도 위기라고 하며 환경과 사회 가치, 정도 경영을 내놓고 공포마케팅을 조장하며 중소기업에 비용 부담을 전가시키는 작금의 현상이 오히려 중소기업에게 위기라고 본다. 사업을 시작하며 가졌던 계획과 철학, 꿈과 용기를 조금 더 크고 넓게 도전하는 스탠스로 넓혀 가는 과제인 것이다. ESG 경영은 CEO 자신의 꿈과 용기, 도전의 비재무적 경영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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