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경기북도가 될 테야." 세상 빛을 본 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7년 서울에서 의정부로 이사를 했다. 거처를 옮긴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경기도 분도였다.

경기도 분도론은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처음 제시했다. 그 뒤로 선거철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면서 아버지 말을 뒷받침했다. 10여 년이 지난 뒤 양주시로 이사할 때도 아버지는 경기북도에 대한 기대를 꺾지 않았다.

보수와 진보 따질 필요없이 내건 분도 공약은 선거가 끝난 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동안 중첩 규제로 발전에 발목 잡힌 경기북부는 경기남부와 지역 격차가 벌어졌다. 기대는 차츰 시들해졌다. 이사 올 적 새집이던 의정부 집도 3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집으로 그 자리를 지킨다.

지난 지방선거에도 어김없이 경기도 분도 성격을 띤 공약이 등장했다. 이를 내세운 김동연 후보가 도지사 자리를 차지했다. 민선8기 도정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핵심 공약으로 삼으며 그 전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경기북부지역을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으로 지역 발전을 이루겠다는 주장이다.

도는 추진단을 출범하고 분도를 향한 주민 염원을 모으려고 공론 작업을 벌였다. 아울러 연구용역을 발주해 지역별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9월 도는 행정안전부에 특별자치도 설치에 필요한 주민투표를 정식 요청했다.

한데 정쟁이다. 총선이 5개월여 남은 시점에서 국민의힘이 김포시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삼았다. 김포시는 경기북도로 가느니 서울시로 편입하겠다고 주장한다. 이에 동조하는 서울 인접 시·군에서는 서울 편입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하나 1년간 특별자치도 추진 행보를 지켜본 기자로서 김포시 주장에 물음표를 던진다. 김민철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자치도 설치 특별법에는 김포시를 포함했지만, 도가 추진하는 특별자치도에는 김포시를 포함하지 않았다. 도는 추진 초기부터 김포시가 원하면 특별자치도 포함을 고려한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경기도민 3천4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0명 가운데 6명이 서울에 근접한 중소도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데 반대한다.

정쟁으로 지역 곳곳에 펼침막을 내걸며 특별자치도를 염원하던 북부지역 도민들은 "이번에도 역시나 어렵겠죠?"라는 말을 기자에게 건넨다. 총선이 150일도 남지 않았다. 선거철 혼란을 더하는 정치인보다 도민과 지역 발전을 생각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 선거가 되길 바랄 뿐이다.  

<이은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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