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다른 지역이나 외국을 여행할 때 가장 먼저 관심을 두는 분야가 ‘거리 형태’다. 새로운 길을 걷고 또 걸으면서 현지를 온전히 느낀다. 언어 따윈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삶을 단편으로나마 만나려면 그저 천천히 산책하고 숨 쉬는 일이 최고의 방법이다.

휴양지나 관광지에서 만나는 문화는 아무리 들어도 알아듣기 힘든 소리로 호객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번화가 뒤편, 딱 한 블록만 더 들어가 보면 그들의 삶이 펼쳐진다. 후진국이니 선진국이니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들의 문화를 느끼는 데 감사할 뿐이다.

각양각색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그들만의 철학과 생각이 거리에 오롯이 녹았다. 예쁨과 웅장함이 중요하지는 않다. 개인 취향을 건물에 반영하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문화다양성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천편일률로 비슷한 건물이 늘어선 수도권에서도 재미를 느끼기야 하겠지만 다른 지역이나 외국에선 즐거움이 곱절이다. 

솔직히 말하면 대한민국은 건물을 짓고 팔아먹기에 바빠 보인다. 많이 바뀌는 추세긴 하지만 그냥 성냥갑에 불과한 건물을 쉽게 만들고 방치한다. 그들의 눈에 거리와 조화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공익을 갉아먹는 황금충이 거리를 잠식했다. 신도시에 가 보면 이 같은 상황은 두드러진다. 

도시공학이든 뭐든 길거리가 재미가 없다. 편한 데 치중해 그 지역 특색과 철학은 철저히 무시한다. 당연히 신도시가 들어설수록 상권이 이동하면서, 결국 모두가 공멸하는 위기에 처한다. 대체 언제나 우리나라에서 철학을 담은 도시공학을 만나게 될까.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을 ‘랜드마크’라고 한다. 

랜드마크는 홀로 이뤄지지 않는다. 주변의 다양한 건축양식을 뒷받침했을 때 분위기를 결정지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정부는 지원금 남발을 멈추고 지역 문화와 예술성을 공공건축에라도 적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동안 중앙정부는 문화다양성을 지향하기보다는 외려 지양했다. 돈만 뿌리는 정권이 득세했던 탓에, 정권만 바뀌면 이를 득달같이 달려가 공격하는 훌륭하신 정치인들 덕(?)에 재미없는 거리만 양산했다.

비판할 때는 이미 지났다.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부디 주변 거리를 한번 둘러보고 정책을 수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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