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에 정착한 고려인 이주민이 인터뷰를 하는 모습.
화성시에 정착한 고려인 이주민이 인터뷰를 하는 모습.

"태어난 곳이 우즈베키스탄 수도인 타슈켄트 옆 소도시 샤흐리삽스라고 했는데 거기서는 얼마나 머물렀나요? 기억나는 추억이 있다면요?"

"엄마한테 들었어요. 언제 이사 갔는지도 모르겠어요. 너무 (가정 형편이) 어려웠어요. 가족들과 돈을 벌려고 (이사) 갔어요."

‘안녕, 이웃’ 토크 프로그램에서 사회를 본 배진선 큐레이터는 우즈베크에서 온 고려인 이나쟈(32)씨에게 질문을 건넸다.

우즈베크 샤흐리삽스에서 태어난 이나쟈 씨는 러시아·카자흐스탄 들에서 거주하다 2014년 7월 한국에 들어왔다. 일하느라 여러 나라를 오간 그녀에게 태어난 도시는 큰 의미가 없다.

한국 드라마를 보며 통역사 꿈을 키웠다는 그녀는 ‘겨울연가’, ‘낭만닥터 김사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들을 봤다고 했다.

이나쟈 씨는 같은 고려인과 결혼해 2명의 아이들 둔 어머니다. 그녀의 아이들은 뇌병변 장애를 앓는다. 그래서 화성에서 분당에 있는 병원을 왕복하며 아이들을 돌보느라 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배진선 큐레이터는 그런 그녀에게 토크 프로그램이라는 형식으로 참여자가 주인공이 되는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안녕, 이웃’ 토크 프로그램은 지난 11일부터 오는 26일까지 화성시 향남읍 발안만세시장 내 평3길 5의 3 3층에서 진행 중인 ‘2023 이주이야기 프로젝트’ 중 하나다.

2023 이주이야기 프로젝트는 화성시에 사는 고려인 5인 이야기를 담은 기획전시다. 김양우 시각설치미술 작가와 배진선 큐레이터가 기획했으며 이영수 번역가, 문화더함공간 서로, 사자와 어린양 작은도서관, 드림허브 이주민센터, 다올공동체, 임마누엘교회(우슈토베)가 함께했고 경기문화재단 지역활성화지원팀이 후원했다.

전시는 고려인 5인 영상을 담은 미디어를 설치하고 창문에는 그들의 6천500㎞ 이동 경로를 안내했다.

김양우 작가는 "이주민이나 동포들이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언어는 다르지만 딱히 못 지낼 이유는 없다"며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고정된 형태를 벗어나 현재 사는 발안만세시장 안에서 직접 목소리를 들려준 사람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고 싶었다"고 했다.

이인영 기자 li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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