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부평미군기지인 캠프 마켓 D구역의 환경보고서를 비공개한 환경부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고 한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판결문에서 ‘환경조사 결과를 공개한다고 해서 국가의 중대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툭하면 비공개로 시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숨기기에 급급한 정부와 행정기관에 대한 속 시원한 판단이다. 

법원의 이러한 판단은 시민단체가 노력한 결과다. 인천녹색연합은 캠프 마켓 D구역 환경보고서의 정보공개를 환경부에 요청했다. 캠프 마켓 D구역 상당 부분이 오염됐고, 이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이유만 수백 가지다. 환경부는 해당 보고서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같은 사항으로 공개할 경우 국익을 해칠 우려가 크고, SOFA 각서에 따라 공개하지 못한다는 궁색한 이유를 댔다. 대체 환경오염조사 결과로 한미관계가 어떻게 악화되는지, 또 어떻게 미군기지 반환 협상 진행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하는지 구체적인 근거도 없다. 국민의 알 권리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환경부가 공개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판단밖에 안 든다. 결국 시민단체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공개 결정을 받아냈다.

현재 캠프 마켓은 인천시가 공원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수립해 진행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D구역은 심한 오염으로 시민들의 접근조차 어렵고,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미군이 점령하는 사이 우리 땅이 어느 정도 오염됐고, 또 어떻게 이를 복구해야 하는지 시민들은 궁금하다. 어디 정부뿐이겠는가. 인천시도 최근 지역의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 회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인천시의회 요구를 ‘논의 중인 사안은 비공개하기로 합의했다’거나 ‘정보공개법’을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나 요구한 자료는 특별한 규정을 빼고는 제출하도록 한 지방자치법에 따랐다는 점에서 시의 자료 거부는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시민의 관심이 쏠리는 사안에 대해 이렇게 궁색한 변명으로 시민의 알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밀실에서 은밀히 거래하는 게 아니라면 국민과 시민에게 떳떳이 공개해야 한다. 정부나 자치단체 모두 이제는 속 시원히 답해야 하고, 그 과정을 모두 공개하는 게 국민과 시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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