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하는 우규민./연합뉴스
투구하는 우규민./연합뉴스

우규민(38)은 "신인의 마음으로 2차 드래프트 결과를 기다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원소속구단 삼성 라이온즈가 35인 보호 명단에서 자신을 제외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규민은 "2차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하면 ‘우규민은 필요없는 선수’라고 공인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며 "잠을 설친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비공개로 열린 한국프로야구(KBO) 2차 드래프트에서 kt 위즈가 우규민을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지명했다. 지명 보상금 4억 원을 기꺼이 투자할 만큼 우규민은 활용도가 있는 투수였다.

결과를 확인한 뒤 우규민은 "휘문고 졸업을 앞두고 2003 드래프트에서 2차 3라운드 전체 19순위로 LG 트윈스 지명을 받았다"며 "11년 만에 다시 신인 드래프트에 나선 기분이었다. 같은 기준이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1라운드에 뽑혔으니 기분 좋다"고 웃었다.

삼성 동료들과 작별은 아쉽지만 kt에는 반가운 얼굴이 많다.

우규민은 "잠수함 유형 투수들이 모두 존경하는 이강철 감독님과 드디어 한 팀에서 뛰게 됐다"며 "야구인생 황혼기에 정말 큰 행운을 얻었다"고 반겼다.

이강철 kt 감독은 KBO리그 역대 최고 잠수함 투수다. 현역 시절 무려 152승(112패 53세이브 33홀드)을 올렸다. 당연히 KBO리그 잠수함 투수 최다승 기록을 보유 중이다.

우규민의 개인 통산 성적은 82승86패 90세이브 106홀드다. 선발, 중간, 마무리로 모두 뛰어 누적 기록에서 손해를 보고도 현역 잠수함 투수 최다승, 최다 세이브 기록을 보유했다.

우규민은 "내 기록은 고영표(kt), 최원준(두산 베어스)이 쉽게 넘어설 것"이라고 몸을 낮추며 "신인의 마음으로 이강철 감독님께 배우겠다. 삼성 시절 만난 김태한 코치님도 계셔서 배울 분이 참 많다. 후배지만 현역 최고 잠수함 투수 영표에게 체인지업도 배우겠다"고 했다.

LG에서 함께 꿈을 키우던 동료들과도 kt에서 재회한다.

우규민은 정말 밝은 목소리로 "내 친구 경수가 kt에 있다"고 외쳤다. 박경수와 우규민은 2003년 함께 LG에 입단했다. 하지만 박경수가 2015년 먼저 LG를 떠났고, 우규민도 2017년 삼성으로 이적했다.

우규민은 "2차 드래프트가 끝나자마자 경수와 통화했다. 경수에게 ‘신인처럼 물 나르고 열심히 뛰어다닐 테니 예쁘게 봐 달라’고 했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박병호도 LG에서 함께 뛰던 후배다.

우규민은 "박병호와도 통화했다"며 "병호와 나는 우승 반지가 없다. ‘내가 6연투라도 할 테니 우리 꼭 kt에서 우승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LG에서 만났던 배정대, 삼성에서 함께 뛰던 김상수 등 친한 선수가 kt에 꽤 많다. 그리고 알아가고 싶은 선수도 많다"며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kt 젊은 불펜 선수들의 역투를 보고 감동했다. 이런 kt 불펜진에 합류하는 건 내게도 큰 영광이다. 불펜진과 빨리 친해지고 싶다"고 바랐다.

2013년부터 1군에 뛰어든 ‘막내 구단’ kt는 2021년 통합우승을 차지하고 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신흥 강호’로 부상했다. 이강철 감독은 베테랑 선수를 가장 잘 활용하는 사령탑으로 평가받는다.

우규민은 "이 감독님이 베테랑을 어떻게 예우하시는지는 밖에서 봐도 안다. 그럴수록 베테랑들은 팀에 헌신해야 한다"며 "나이를 떠나 실력으로 1라운드에 뽑아 준 kt에 보답하겠다. 지금 내 몸도 아주 싱싱하다. 비시즌에 더 열심히 준비해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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