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상생 정책인 납품대금연동제가 중소기업엔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전기료나 인건비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기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4일 납품대금연동제를 시행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 정책으로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납품 가격에 반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뿌리산업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 현장에선 ‘있으나 마나 한 제도’라는 볼멘소리가 잇따른다. 원재료 가격에 인건비나 전기료 따위를 반영하지 않아서다.

경기인천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추연옥 이사장은 "플라스틱제조업은 원료를 녹이고 굳지 않게 해야 하는 특성상 쉬는 날에도 공장 가동을 멈추지 못한다"며 "전기요금을 27% 인상하면 납품 가격도 7~8% 올려야 하는데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산업용 전기요금이 27% 올랐다. 하지만 중소기업 83.8%가 납품대금에 반영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더구나 플라스틱제조업을 비롯한 열처리 업종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6.3%, 주조산업의 경우 14.7%다.

추 이사장은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산업용 전기 인상 때 한국전력과 정부기관이 특수 업종 지원정책을 마련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달 9일 산업용 전기요금을 1㎾h(키로와트시)당 평균 10.6원 올렸다. 대상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산업용(을) 요금이다.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갑) 요금은 동결했다.

문제는 주조와 열처리처럼 전기 소비가 큰 뿌리기업들도 산업용(을) 사용이 많다는 점이다.

반월중앙도금공간사업협동조합 이효일 이사장은 "우리는 납품대금연동제와 상관이 없다"며 "이 제도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도금업계 특성상 인건비가 25%로 가장 많은 원재료 비중을 차지하는데, 적용조차 하지 않아 제도 자체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게 이 이사장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업계 관계자는 "납품대금연동제가 진통 끝에 시행에 들어갔지만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거래가 끊기면 안 돼 손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참여한다"며 "단기간에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업종별·지역별 차등 적용과 같은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인영 기자 li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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