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훈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이훈재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필자는 인천시 통합건강증진사업지원단과 보건복지부 지정 인천금연지원센터를 주관하며 시민의 건강 행태 개선을 위해 나름 노력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연구실 코앞에는 커다란 야외 흡연구역이 두 곳이나 있다.

한때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골초였고 지금은 대학병원 특실병동에서 4박 5일의 무료 금연캠프를 운영하기에 흡연에 빠진 대학생과 동료 교직원들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그리고 가끔 그들에게 다가가 금연을 하셔야 하고, 어떤 방법이 좋은지를 진지하게 설명하기도 한다. 

대부분은 겸연쩍게 웃으며 자리를 피할 뿐이다. 흡연이라는 치명적 유혹에 빠진 사람들에게 필자의 설명이 별 울림을 주지는 못하는 듯싶다.

물론 흡연자 대부분은 흡연의 폐해를 안다. 그래서인지 의과대학생이나 친한 동료 교수들 중에서도 궐련담배 대신 신종 담배인 액상형 전자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탄 분들이 제법 있다. 그러나 흔히 ‘흡연에 중독’된다는 표현과 같이 흡연 폐해의 본질은 바로 중독 자체다.

중독은 ‘유해물질이나 행동에 의한 신체·정신적 의존과 사회적 관계 파탄’을 초래해 신체적 질병과는 또 다른 차원의 부정적이고 치명적인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따라서 타르, 중금속과 같이 신체 건강을 해치는 유해성분에 대한 노출을 조금 줄인다고 해도 중독이라는 흡연 폐해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흡연 중독은 니코틴이라는 약물에 대한 의존과 흡연이라는 행동에 대한 심리행동 의존의 복합적 결과물이다. 즉, 흡연은 여타 향정신성의약품 중독에 비해 심리행동 의존성이 뚜렷하며, 도박 같은 행동 중독과는 달리 약물 의존성을 복합적으로 갖는 질병이다. 흡연자들에게도 내성과 탐닉 등 중독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적 병리현상이 심해지며, 신체적·정신적 그리고 사회적 안녕 상태가 파탄난다는 것은 우리가 아는 여타 약물 또는 행동 중독자와 유사하다.

이러한 흡연 중독의 본질적 폐해를 간과하고 일부 유해성분 감소만을 강조하며 신종 담배 사용을 권하는 행위는 판돈만 줄이면 도박을 계속해도 된다고 부추기는 꼴이다.

건강을 생각해서 일반 궐련담배 대신 신종 담배를 피운다는 흡연자를 접하면 필자는 ‘끓는 물 속의 개구리’ 현상을 떠올린다. 이는 처음부터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깜짝 놀라 뛰쳐나가려 하지만, 서서히 데워지는 물에 들어가면 그 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채 죽어 가는 실험관찰을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하등동물의 뇌기능 특성은 익숙한 위험에 대한 미인지 또는 낙관적 편견의 폐해를 강조할 때 자주 인용한다. 신종 담배에 대한 낙관적 편견은 흡연자 자신을 중독 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들 뿐이며, 주변 사람들까지 흡연 폐해를 고스란히 나누게 함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종류의 담배 제품이라 해도 결국 본질적 흡연 폐해는 별반 차이 없는 담배일 뿐이다. 자신과 주변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파탄 낼 확실한 방법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흡연이라는 질병의 치료는 금연뿐이다. 그런데 금연을 과거처럼 의지에 기대어 참는 방식으로 한다면 성공률은 5%밖에 되지 않는다. 즉, 금연을 결심한다고 해도 꾹 참는 방법으로 금연을 실천하게 될 경우 성공하는 사람은 스무 명의 도전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보건소 금연클리닉, 병·의원 금연치료, 지역금연센터 금연캠프 그리고 국가금연상담전화 등 보건 분야에서 제공하는 공인된 금연서비스를 이용한다면 성공률은 50% 이상을 넘어서기도 한다. 전문가 도움을 받아 옳은 방법으로 금연을 실천할 경우 성공이 실패보다 쉬울 수도 있는 것이다.

흡연자는 니코틴 의존도와 흡연에 대한 심리행동의존도에 따라 가장 적합한 금연서비스가 다르기도 하니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으로 금연 실천을 시작해야 한다. 금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주저하지 마시고 국가금연상담전화(☎1544-9030)나 인천금연지원센터(☎032-451-9030)에 도움을 청하는 편이 좋다. 거주지역 보건소에 연락해도 환영받을 테다.

다시 강조하자면 흡연은 질병이고, 치료는 오직 금연뿐이다. 그리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야만 금연 여정이 훨씬 쉬워진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인천이 담배 없는 도시가 되도록 필자도 분발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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