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를 대상으로 ‘횡재세’ 법안을 추진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주 토론회를 열고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포퓰리즘이라는 여론과 여당 비판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 같다. 민주당은 ‘금융사가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수익을 얻은 경우 해당 초과이익의 40% 내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내도록 하는 횡재세 법안’도 발의한 상태다. 정부와 여당은 부정적 기류가 대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거위 배를 가르자는 게 아니냐"며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주장이 허무맹랑한 건 아니다. 횡재세는 단순히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픈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기업이 혁신과 자구적 노력 등 생산성 개선 활동으로 거둔 과실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예측 못할 외부 요인으로 인해 특정 영역에서 특정 이익이 발생한 사안을 따져 보자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특정 사건으로 인한 민간기업의 손실도 국가가 보전해 줄 것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세무적·회계적으로 횡재를 판별하거나 초과이익을 측정하는 작업도 쉬운 일은 아니다.

주목할 부분은 그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 EU, 영국, 인도 등 주요국에선 횡재세 개념의 초과이익세를 도입·운영 중이라는 점이다. 특정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외부 요인이나 국가적 위기로 전례 없는 이윤을 벌어들인 경우에 한정해 초과이익만큼 세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고유가·고금리로 경제난과 민생고, 재정 부담은 커져 가는데 결과적으로 이해 당사자인 정유사와 은행들만 높은 수익을 향유한다. 게다가 이들은 연봉 인상과 성과급 등 자기들만의 돈 잔치에 여념이 없다. 고유가·고금리는 외생적인 독립 변수다. 합리적이고 정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충격을 최소화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게 맞다.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소비를 줄여야 한다. 수요가 떨어져야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다. 이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운 곳은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 반면 고통 분담은 제도를 통해 가능하다. 시기에 걸맞은 적절하고 유연한 제도 개편이 중요하다.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제도는 시장을 왜곡하고, 불로소득을 야기하며, 정의를 훼손한다. 그런 차원에서 횡재세 논의는 시작할 명분이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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