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다른 차이를 없애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아 저는 평생 다르게 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좋은 분들이 그 차이를 메워 줬습니다."

KBS 드라마 ‘굿 닥터’에서 배우 주원이 맡은 주인공 박시온은 자폐스펙트럼을 가져 사회성숙도가 9살 수준이다. 드라마는 본인 노력과 주변 도움으로 소아외과 의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수교육 여건이 장애학생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해 학습권조차 보장받기 어려운 학생들이 생긴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2018년 전국 최초로 새로운 형태의 복합특수학급을 도입한다. 중도·중복장애학생을 대상으로 마련한 복합특수학급은 도내 14개 학교에서 33개 학급을 운영한다.

의정부교육지원청은 원순자 교육장이 취임 뒤 앞장서 추진한 결과 올해 2개 학급을 설치하고 내년 3월부터 운영한다. 아울러 2025년까지 3개 학급을 운영해 관내 중증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할 계획이다.

의정부시 최초로 중도·중복장애학생 복합특수학급을 운영하는 금오중학교.
의정부시 최초로 중도·중복장애학생 복합특수학급을 운영하는 금오중학교.

# 늘어나는 중도·중복장애학생, 학습환경 조성이 필요한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2023년 국정감사 이슈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국 특수교육 대상자인 장애학생 수가 2019년 9만2천958명에서 올해 10만9천703명으로 1만6천745명이나 늘었다. 저출생 문제로 해를 거듭하며 학생 수는 줄어들지만 특수교육 대상자는 늘어난 셈이다. 

더구나 경기도는 2만6천884명으로 전국 특수교육 대상자 학생의 24%를 차지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거주한다. 게다가 올해 6월 기준 전국 특수교육 학생 가운데 초등학교 취학유예자는 모두 402명인데, 도는 31명이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장애학생 수에 비해 특수학교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혹여 입학하더라도 거주지에서 먼 거리에 있는 학교를 통학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호소한다. 의정부시도 상황은 같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은 모두 922명이다. 하지만 관내 특수학교는 공립 송민학교와 유치원인 사립 희망학교뿐이다. 관내 특수학교 학생 수는 226명으로, 나머지 696명은 일반학교의 특수학급 또는 가정에서 교육을 받는다.

남양주 사능초등학교 복합특수학급 내 체력단련실.
남양주 사능초등학교 복합특수학급 내 체력단련실.

# 당장 해결 가능한 대안, 복합특수학급

장애학생 수에 비해 특수학교 입학정원이 부족해 입학 경쟁도 치열하다. 특수학교에 입학하지 못한 대부분 학생은 일반학교에 마련한 특수학급에서 학업을 이어간다. 특수학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 대부분이 중증장애학생이다. 하지만 맞춤 교육환경이 필요한 중증장애학생들마저 높은 경쟁률로 특수학교 입학이 어렵다. 수요에 맞게 특수학교를 신설하거나 학급 수를 늘려야 하지만 당장 추진하기에는 재정과 부지 선정 따위 문제에 부딪힌다. 

이에 도교육청은 일반학교 유휴 시설을 활용한 복합특수학급 설치 방안을 제시했다. 복합특수학급은 일반학교에 설치한 전일제 특수학급으로 중도·중복장애학생들이 전일제 특수학급에서 개별 교육을 받는 작은 특수학교 개념이다.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은 비장애학생과 함께하기 어려운 과목을 나눠 특수학급에서 시간제 수업으로 운영한다. 이에 반해 복합특수학급은 전일제로 특수학급에서만 생활한다. 일반학교 안에 마련했지만 교육과정과 운영 방식은 특수학교와 유사하다.

# 의정부교육지원청 추진 계기

원순자 교육장은 올해 3월 취임과 동시에 특수교육 현황을 파악하며 관내 중도·중복장애학생 대상 복합특수학급 설치 필요성을 확인했다. 이에 의정부교육지원청은 중증장애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과제로 삼았다. 

원 교육장은 고양교육지원청 초등교육과장으로 재직할 당시 특수교육에 관심을 갖고 적극 추진해 고양 용정초등학교에 도내 최초 복합특수학급을 설치했다. 과거 경험을 거울삼고자 용정초 학급을 방문해 시설과 교육과정 운영 상황을 살폈다. 장애학생의 교육선택권 확대와 장애인식 개선과 같은 내용을 검토했다. 

교육지원청은 복합특수학급 설치로 얻는 이점을 확인한 뒤 원 교육장을 필두로 관내 학급 설치를 하고자 도내 학급 현장 답사를 진행했다. 또 학급 증설 관련 업무 담당자와 함께 내부 협의를 거쳐 관내 초·중학교 방문 시 학교장에게 중도·중복장애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할 복합특수학급 설치를 홍보했다.

원순자 의정부교육청 교육장과 관계자들이 장애학생 복합특수학급 설치를 앞두고 고양시 용정초 시설을 살펴봤다.
원순자 의정부교육청 교육장과 관계자들이 장애학생 복합특수학급 설치를 앞두고 고양시 용정초 시설을 살펴봤다.

# 복합특수학급 설치 과정

지난 5월 관내 초·중학교 재학 중인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복합특수학급 수요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조사 결과를 근거로 설치 후보학교를 선정했다. 후보학교는 학생 수요와 유휴 시설을 갖췄으며 대학병원이 가까운 곳에 위치한 금오중학교였다. 

교육지원청은 현장 답사를 벌인 뒤 학교 관리자, 도교육청 담당자와 사전 협의를 실시했고 복합특수학급 안내와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운영상 여러 어려움으로 추진이 불가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원 교육장은 학교장과 만나 복합특수학급 설치 과정에서 적극 지원을 약속하며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의 교육선택권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함께 마련하겠다고 설득했다. 

학교의 수락을 받은 교육지원청은 학급 설치를 지원할 TF를 꾸렸다. 6월 교내 시설 사전 점검으로 2층 중앙 복도 좌측에 설치하기로 정했다. 교육지원청 교육시설팀과 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가 시설을 둘러보고 복합특수학급 설치 관련 예산 산출 계획 작성 전 협의했다. 7월 금오중은 도교육청에 특수학급 설치 수요조사서를 제출했고, 특수교육과는 3학급 설치 확정과 예산 교부 계획을 알렸다. 

# 신설 복합특수학급의 앞으로 계획

금오중 유휴 교실 9개 실을 활용한 복합특수학급 설치 공사는 내년 2월 마무리한다. 복합특수학급은 일반교실 3개를 비롯해 진로직업실, 체육교실, 심리안정실, 상담실, 학습준비실, 연수실로 꾸며질 예정이다. 올해 말까지 복합특수학급 입학 희망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선정해 배치한 뒤 내년부터 2개 학급을 편성해 운영할 예정이다. 그 뒤로 중도·중복장애학생을 추가 모집해 2025년 3개 학급으로 확장 편성·운영을 목표로 삼았다. 

원 교육장은 "장애와 비장애를 떠나 관내 모든 학생이 학습받을 권리를 보장받도록 복합특수학급 설치에 대한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애학생이 교육받는 환경에 줄곧 관심을 갖고 모든 학생이 행복한 의정부교육을 만들겠다"고 했다.

의정부=이은채 기자 chae@kihoilbo.co.kr

사진=  <의정부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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