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경영은 국민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고 사회에 이를 돌려주기 위한 방법이며, 지역 인재를 키우는 장학사업 역시 아름다운 지역공동체로 나아가는 밑거름입니다."

구순(九旬)을 바라보는 나이가 돼서도 사비를 털어 지역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어른이 있어 지역사회에 훈훈한 감동을 준다. 장학금이 애향심을 높여 주고 훗날 사회 각계각층 리더로서 봉사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보탬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홍순탁(88)금강홍순탁장학재단 이사장은 "지역 학생들이 다양한 능력을 개발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인생 선배의 역할이자 재단의 역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1935년 황해도 연백군 태생인 홍 이사장은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사랑하는 부모·형제와 헤어져 홀로 남쪽으로 내려온 이산가족이다.

가족을 뒤로하고 혈혈단신 월남한 그는 온갖 고생을 하며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60여 년을 인천에 뿌리를 내리고 달려왔다.

한국전쟁 이후 온통 잿더미로 변한 도시 모습을 보며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20살이 되던 1954년 운전면허를 취득해 운수업에 눈뜬 후 악착같이 일하며 돈을 모아 1966년 택시 회사인 금강운수㈜를 설립했다.

홍 회장은 2000년 경의선 복구 침목 기증 캠페인에 참여해 1천6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쾌척했다.

그는 "내 손으로 직접 통일철로 복구에 필요한 침목을 놓는다고 생각하니 고향이 한결 가깝게 다가온 기분이다"라며 "경의선이 복구되기만 하면 가장 먼저 기차에 올라 동생들이 있는 북으로 달려갈 생각"이라는 소망을 전했다.

홍 이사장은 이어 시대 변화에 따라 금강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했고, 2011년 7월 현재 금강에이치에스㈜에 이르기까지 대표이사 변경 없이 업종을 바꿔 가면서 기업을 성장시켰다.

레미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현재 금강레미콘과 금강아스콘을 경영하는 그는 인천에서 레미콘 사업을 시작한 1세대다.

홍 회장은 일할 땐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했고, 매사 부끄럼 없이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이끌었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익 대부분을 저축하는 그는 고령의 나이임에도 지역 은행 고객 대상 저축 홍보활동을 수행하고, 인천 서구지역 봉사단체인 서화회를 중심으로 약 30년간 지역 발전에 기여하며 장학재단에 재산(30억 원)을 쾌척하는 등 사회 환원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제52회 저축의 날 행사에서는 국민포장을 수훈했다.

홍 이사장이 장학사업에 본격 뛰어든 시기는 2015년이다. 

그는 "나라가 올바른 정신으로 발전하려면 젊은 세대가 올곧은 정신을 이어 나가도록 교육을 잘 받아야 하고, 나라를 비롯해 누군가는 이런 정신이 후세에도 이어지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는 소신 때문에 장학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장학재단은 인천 서부교육위원회에서 장학회 설립 허가를 받아 2015년 1월 16일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홍 이사장은 재단을 설립할 때 30억 원을 출연했고, 서구지역 기업들도 십시일반 모아 재원을 마련했다.

재단이 2015년 9월부터 현재까지 지급한 장학금은 4억5천여만 원(300여 명)이다. 장학금은 대학생들에게 전달하는데, 학기마다 등록금의 50%를 지원한다. 

재단의 장학생 선발 기준은 명확하다.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성적우수자다. 돈이 없어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은 없어야 한다는 설립 취지에 따라 선발한 장학생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졸업할 때까지 지원한다.

홍 이사장은 설립 초기 재단에서 장학금을 받은 인하대학교 학생들이 손수 만들어 보내 준 탁상용 달력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그는 해마다 역대 장학생, 현재 장학생들과 정기 모임, 워크숍을 한다. 학생들에게 단순히 장학금만을 전달하지 않고, 정기모임 등을 통해 학생 개개인의 손을 잡아 주면서 이들이 처한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도록 조언도 덧붙인다.

홍 이사장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해도 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삶에 매진하면 옳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격려의 말을 전한다.

이는 척박한 환경에서 어렵게 살아온 자신의 삶에서 얻은 지혜다.

홍 이사장은 "오랜 기간 장학사업을 유지하는 비결은 바로 보람과 긍지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9년 가까이 장학사업을 이어온 원동력을 설명했다.

이처럼 재단이 따뜻한 마음으로 미래를 향한 글로벌 인재 육성에 적극 앞장서면서 탄탄하게 입지를 구축해 이제는 인천을 대표하는 장학재단으로 우뚝 섰다.

홍 이사장은 장학재단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수혜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도록 한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지원해 이들의 꿈에 달개를 달아 줬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재단에서 받은 사랑을 지역사회에 다시 베푸는 기회를 자주 갖겠다"며 "앞으로 사회에 꼭 필요하고 도움을 주는 리더로 성장하고, 그 성장이 다음 세대에 선한 뜻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단은 장학사업 말고도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한 사업도 구상 중이다. 홀몸노인과 치매노인을 위한 각종 노인 관련 사업,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물품 후원이 바로 그것이다.

홍 이사장은 "기업이 성장하면 반드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기업 하는 사람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서 사회를 향해 봉사의 자세로 나아가야 한다"며 "앞으로도 장학사업은 물론 지역사회를 위한 나눔문화 실천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상철 기자 cs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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