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와 재단법인 기호문화재연구원(원장 고재용)은 양주 대모산성(사적 제526호) 13차 학술발굴조사에서 출토된 ‘태봉국 목간’의 판독회의를 진행했다고 28일 알렸다.
이번 회의에서는 목간 한 면에 적힌 ‘정개 3년 병자 4월 9일(政開三年丙子四月九日)’ 문구에 대한 판독을 확정했다.
목간에서 언급한 ‘정개(914~918)’는 태봉국 궁예(?~918년)의 마지막 연호이며, 정개 3년은 916년을 의미한다. 궁예가 세운 나라인 태봉국과 관련한 목간 출토는 국내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판독회의에서는 916년은 병자년으로 목간 기록과도 일치해 ‘연호와 간지가 결합된 절대 연대를 보여 주는 유일한 목간’으로 중요성을 높게 평가했다.
대모산성 출토 ‘태봉국 목간’은 총 8면으로 이뤄졌고, 그림이 있는 한 면과 공란 한 면을 제외한 나머지 면에 8행의 글씨가 묵서됐다. 총 글자 수는 123자로, 한반도에서 발견된 목간 가운데 최다면(最多面), 최다행(最多行), 최다 문자 수로도 주목된다.
더욱이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서 단편적으로밖에 확인할 수 없는 ‘태봉국’ 모습을 알려 준다는 점에서 이번 출토 유물 가치는 ‘새로운 삼국사기의 발견’에 비견될 정도로 한국 고대사 연구에도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판독회의에서는 총 123자 글자 가운데 102글자가 판독됐다. 양주대모산성 내 큰 연못(大井)에서 대룡(大龍)에게 제사를 지낸 내용이 주를 이루며, 이러한 내용 가운데 새로운 태봉 사람 존재를 확인했다.
바로 목간 4면에 ‘신해세입육무등(辛亥歲卄六茂登)’ 글귀에서 신해년 태생의 26세 ‘무등(茂登)’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신해년은 891년으로 정개 3년(916년) 시점에 26세로 계산돼 목간 제작 시점과 일치하며, 그동안 학계에 보고되지 않은 새로운 태봉 사람 인명이다.
태봉국 목간 출토는 양주대모산성이 삼국시대에서 후삼국시대에 이르기까지 고대 교통로상 중요 위치에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후삼국시대에도 양주대모산성 일대에 정치세력이 존재함을 보여 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시는 이러한 양주대모산성의 역사적 가치와 잠재성을 높이 평가해 2018년부터 발굴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태봉국 목간을 찾았다.
강수현 시장은 "발굴 현장 공개회를 12월 6일 개최해 발굴조사 결과와 태봉국 목간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라며 "판독회의에서 밝히지 못한 부분은 앞으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그동안 역사학계에서 미지의 세계로 있었던 태봉국의 모습을 순차 밝혀 나가겠다"고 했다.
양주=전정훈 기자 jj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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