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7·kt 위즈)는 한국시리즈(KS)가 끝난 뒤 불면의 밤을 보냈다. 

"팀이 10위에서 2위까지 올라가는 대단한 시즌을 보냈는데 나 때문에 KS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며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자책했다. 

공식 석상에서도 박병호는 ‘반성문’을 쓴다. 

2023 한국프로야구 KBO 시상식이 열린 지난 2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1루수 부문 수비상을 받은 박병호는 "올 시즌 kt가 꼴찌(10위)로 내려갔다가 우승을 목표로 다시 올라갔는데 내가 부족해 우승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6일 kt 팬 페스트에서도 "KS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죄송하다"고 팬들에게 사과했다. 

27일 시상식이 끝나고 만난 박병호는 "13일 KS가 끝나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팬들과 동료, 구단에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그만큼 아쉬움이 크다. 내가 잘했다면 KS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다. 반성해야 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LG 트윈스와 벌인 KS에서 박병호는 18타수 2안타(타율 0.100), 1홈런, 2타점에 그쳤다. 

KS 3차전에서는 8회말 박병호가 역전 투런 아치를 그려 부진을 만회하는 듯했으나 9회초 LG 오지환이 3점포로 다시 전세를 뒤집어 박병호의 홈런이 빛바래기도 했다. 

kt는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준우승했다. 

박병호는 29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LG 선수단에 축하인사를 하면서도 kt 동료를 향한 미안함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선배 박경수와 kt 후배들은 "개인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부족했다"고 달랬지만, 자신에게 엄격한 박병호는 자책을 멈추지 않았다. 

박병호는 "어떤 마음으로 나를 위로하는지는 잘 안다. 참 고맙다"고 말하면서도 "이강철 감독님께서 (4번 타자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기셨는데 보답하지 못했다. 다른 동료들은 정말 잘했다. KS 우승 실패는 모두 내 탓"이라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비시즌은 행복하게 지내긴 힘들 듯하다"며 "정규시즌에서도 잔부상에 시달리며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타율 0.283, 18홈런, 87타점)을 냈다. 최소한 80% 몸 상태로 전 경기를 치르게끔 비시즌에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박병호는 히어로즈 시절을 포함해 총 3번 KS에 진출했지만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2023년에서도 KS의 쓰라린 상처를 입었다. 깊이 반성하고, 여전히 불면의 밤을 보내지만 박병호는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을 믿고 격려하는 선배들 덕에 힘도 얻었다. 

LG에서 함께 꿈을 키우고 kt에서 재회한 박경수는 2024시즌에도 현역 선수로 뛴다. 여기에 우규민도 2차 드래프트에서 kt 선택을 받았다. 

박병호는 "2022년 kt에 오면서 박경수 선배와 오랜만에 같은 팀에서 뛰게 돼 정말 좋았다. LG에서 함께 뛴 규민이 형도 우리 팀에 와 기쁘다"며 "2024시즌에는 어린 시절 좋았던 기억, 아팠던 기억을 공유한 두 선배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세 명 모두 선수로 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선수생활이 행복한 기억으로 가득했으면 한다"며 "당장 내년부터 셋이 똘똘 뭉쳐서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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