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부터 앓은 감기가 계속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병원에 두 번이나 방문해 주사를 맞고 약을 지어 먹어도 떨어지지 않아 주변에서 걱정하는 말을 건넨다. 

그럴 때마다 괜찮다고 답하지만, 계속된 감기에 몸도 마음도 축 처진다.

10대와 20대만 해도 병원에 가지 않아도 일주일 정도면 아무렇지 않았고, 감기에 걸렸어도 코만 훌쩍대고 기침만 날 뿐 처지거나 기운이 없진 않았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친구들이랑 놀다가 부모님께 혼난 적도 많았다.

점점 한두 살 먹어 가면서 잠도 많아지고, 퇴근해서나 주말이면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다 집에 가만히 있는 편이 더 좋다고 느낀 적이 많아졌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요즘은 몸도 마음도 많이 나약해졌다는 생각을 한다.

몸이 지치고 힘든 건 기자가 평소 노력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해 누구 탓을 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주변에서도 몸이 약해졌으니 운동을 권하거나 담배를 끊어 보라고 권유하지만 기자가 애써 외면했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사람 때문에 마음이 힘들고 지치는 건 스스로를 돌아보며 해답을 찾고 이해를 해보려고 해도, 힘든 건 잠깐이라고 생각해서 웃어 넘기거나 마음에 쌓아 두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도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이해하는 범위도 다르다. 당연히 그렇고,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군가 문제점을 말해 준다면 척이 아닌, 정말 스스로가 생각해서 고쳐야 할 부분이면 작은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같은 문제를 언급한다면 더욱 그래야 한다.

알아도 못 고치는 건 어쩔 도리가 없지만 알고도 나 몰라라 하는 건 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미밖에 더 되겠는가.

이해하는 척, 받아들이는 척이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보다 더 좋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이해해 주길 바라면서 살지 않는다. 

다만, 이해를 바라는 문제에 있어서 적어도 공감은 해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힘들게, 어렵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넬 뿐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같은 상처를 줄 게 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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