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청년자활사업단이 기흥구에 연 ‘더 건강하개’. 소간스틱·소떡심껌 등 수제 펫푸드 31가지를 판매 중이다.
용인시 청년자활사업단이 기흥구에 연 ‘더 건강하개’. 소간스틱·소떡심껌 등 수제 펫푸드 31가지를 판매 중이다.

지난 27일 오후 1시 45분께 용인시 기흥구 동백중앙로16번길 16의 4 에이스동백타워 405호실 앞. 미리 위치를 안내받은 터라 아무런 어려움 없이 ‘그곳’을 찾았다.

출입문 옆에 붙은 ‘청년자활사업단 1호점 더 건강하개’라는 문패를 확인하고선 잠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혹여 작업하는 데 방해가 될세라 문을 서너 차례 두드리고선 조심스레 당겼다.

작업장 안에는 일회용 비닐 위생모를 쓰고 ‘더 건강하개’라는 글자를 새긴 앞치마를 두른 작업자 7명 말고도 용인시 복지정책과 신미영 자활지원팀장과 장수연 주무관, 용인지역자활센터 정혜영·유민정 팀장도 있었다. 이들은 ‘더 건강하개’가 탄생하는 데 일익을 담당한 주역들인데, 오후 2시 충남광역자활센터에서 비법을 전수받으려고 방문하기로 약속한 마당이어서 작업장을 찾았다. 그동안 서울·부산·화성·구리·하남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있는 자활센터에서 ‘선진 사례’를 익혀 응용하려고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작업장에선 프리미엄 수제 펫푸드를 생산하고 포장한다. 메뉴도 31가지로 다양하다. 소간스틱·소떡심껌 같은 건식에서 연어채소죽·소고기참깨죽을 비롯한 영양죽, 새우튀김·우유푸딩 들 스페셜, 사과 쿠키·연어 머핀·유과를 포함한 베이커리도 만든다. 밀푀유나베멍·삼색비빔밥멍을 비롯한 6가지 밀키트와 닭고기맛·연어맛 영양트릿도 자신 있게 내놓는 메뉴다.

작업장에서 근무하는 A씨는 "‘더 건강하개’가 청년들이 자립하는 디딤돌이 되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여기서 생산·포장한 펫푸드는 기흥구 동백중앙로 225의 6 쥬네브스타 월드빌딩 B143호실에 마련한 판매장에서 고객과 만난다. 판매장은 동백호수공원 바로 옆에 자리해 산책하던 시민들이 반려견 등쌀(?)을 이기지 못해 자주 찾는다고 한다.

면적 83㎡에 홀·주방·교육장을 갖춘 판매장에는 모두 3명이 근무하는데, 유기견을 위한 간식 기부 프로그램인 ‘Oneday Class’도 운영한다. 참가자는 1회 3시간 동안 수제 간식 만드는 법, 주의사항, 영양소를 익히고 실습도 한다. 이들이 만든 간식은 동물보호센터나 유기동물 보호단체에 기부한다.

판매장에서 일하는 B씨는 틈틈이 동물영양학을 공부할 정도로 펫푸드에 진심이다. 그는 "손님들이 이런저런 질문을 하시는데, 제대로 답변을 하려면 알아야 한다"며 "날씨가 춥다 보니 손님이 좀 줄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찾는다"고 전했다.

"강아지 간식 사러 왔어요. 친절하고 깔끔하고 공원에 있어 산책시키다 들르기 좋아요", "강아지 생일이라 간식 샀어요. 모양도 퍽 귀엽고 매장시설도 정말 좋았아요", "사과 쿠키 맛있어요. 자주 올게요"처럼 방문자 반응도 뜨겁다.
 

‘더 건강하개’는 동백호수공원 옆에 자리해 견주들이 산책시키다 들르기 좋다.

지난 8월 22일 문을 연 ‘더 건강하개’는 용인지역자활센터 청년위드펫사업단이 운영한다. 용인시가 청년 자립을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야심차게 준비한 사업이다.

‘더 건강하개’에는 만 18∼39세 저소득 청년 10명이 근무 중이다. 문을 열 당시에는 12명이었으나 입대하는 청년이 생기다 보니 2명이 줄었다. 판매수익금은 자활일자리를 창출하거나 자활근로자 자립을 지원하는 데 쓴다. 자활근로자는 생계비와 수익금 중 일부를 보너스 개념으로 받는다.

‘더 건강하개’는 민·관·학이 힘을 합쳐 낳은 ‘장래가 촉망 받는 신생아’다.

지난 2월 민간업체 밥펫, 용인지역자활센터, 용인예술과학대학교가 상생을 위한 지역협업센터를 발대했다. 3월에는 한국자활복지개발원이 공모한 사업장 환경개선사업에 뽑혀 5천만 원을 지원받았고, 용인예술과학대는 실습비로 1천만 원을 쾌척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론 교육과 현장 실습을 병행한 결과, 모든 자활근로자가 한국반려동물교육협회에서 발급하는 반려동물 펫푸드 1급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성을 갖췄다. 당연한 일이지만 문을 열기 전 단미사료 제조업 등록증도 받았다.

또 개장에 앞서 공무원들과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려고 시청 출입문 앞에서 제품을 홍보하는 행사를 여는가 하면, 공무원을 대상으로 1·2차에 걸쳐 체험단을 모집해 운영했다.

‘더 건강하개’는 수익도 수익이지만 자활에 방점을 찍는다. 최장 5년까지 근무가 가능하기에 이 기간 스스로 힘으로 살아갈 ‘정신 근육’을 키워 어엿한 사회인으로 우뚝 서도록 ‘보육기’ 노릇을 담당한다.

신 팀장은 "처음과 달리 자활근로자 모두 아주 밝아졌다"며 "이분들 모두 ‘더 건강하개’를 구름판 삼아 머잖아 자활기업을 창업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용인=우승오 기자 bison88@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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