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석 청운대 사회적기업학과 겸임교수
송영석 청운대 사회적기업학과 겸임교수

희망과 기대로 출발했던 한 해를 이제 차분히 정리해야 할 시기가 됐다.

올해는 기후위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폭우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됐고, 유가 폭등 같은 에너지 위기로 오른 전기요금이 여름나기를 힘들게 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여파와 경제위기는 우리 삶을 더 팍팍하게 했다. 코로나를 넘어서는 경제 재구조화는 양극화를 가속화한다. 팍팍한 삶은 개인주의를 가속화하기도 한다. 공동체 가치와 개인 삶이 조화롭지 못한 처지가 되는 현실인 셈이다.

요즘 청년세대는 이 나라가 선진국이지 않았던 적이 없던 시절을 산다. 이웃한 나라나 서양 세계에 비해 낮은 자존감을 갖지도 않고, K-영화와 K-POP 등 문화적 우위를 점하는 게 당연하고,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 브랜드 가치가 세계적인 것이 당연한 시대를 살아간다.

다만, 선진국의 의미는 경제적·군사적 힘의 문제를 넘어서는 복지 영역을 포괄하는 따스함이 있어야 완성될 것이다. 또 문화적 품격이 한껏 살아나고 경쟁을 넘어 온정과 배려가 있어야 진정한 선진국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께 사는 것이 가능한 협력의 문화가 있고, 경쟁을 넘어서는 배려가 가능한 사회문화를 만들어 가는 게 선진국의 진정한 완성이다. 과한 생산과 소비의 적정한 분배가 가능한 문화와 시스템이 돼야 한다.

선진국이라는 불명확한 명제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나, 나아진 삶의 질을 높이고 유지하려면 사회적 과제를 품격 있게 해결하는 배려와 타협이 중요하다.

가속화하는 저출생과 고령화는 심각한 사회 과제로 국가 존립 문제로 대두된다. 초고령사회는 비용 문제를 넘어서 사회 갈등을 만들고, 저출생은 지속가능한 국가의 미래를 흔든다.

고령사회 문제는 개인 경제력 차이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양극화 사회의 모순을 더 넓히며, 국가 재정 배분에 있어서도 세대 갈등을 야기한다. 단순한 예로 노인일자리사업에서도 나타나고,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 탑승에 따른 갈등 문제도 있다. 사회적 합의가 없다면 더 악화될 문제이며, 지속적 갈등을 만들 것이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 법대 명예교수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사실을 듣고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는 영상이 한동안 회자됐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 인구동향조사 출생·사망통계’(잠정)를 보면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는다고 예상하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명이 채 안 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저출생은 국가 존립 문제로 급격히 다가온다. 이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게 현실이다. 소아과·산부인과가 사라지고 교육기관 감소, 보육과 일자리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지역 편차가 심각해지고 지역소멸 원인이 된다. 소득에 따른 양극화 현상은 두드러지게 나타나 사회적 갈등이 격화될 여지도 있다.

사회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며, 생활 문제인 동시에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저출생과 고령사회에서 초래되는 사회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갈등이 불거지는 다층사회에서 사회문제 해결은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극단의 진영논리와 개인 이익적 관점을 넘어서는 공동이익 가치가 반영돼야 한다. 

최근 정부 정책 방침 전환은 사회적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방향 전환을 예고한다. 급격한 정책 변화도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와의 협의와 이해도 필요했을 터다. 상호 신뢰를 중심으로 공동 이익을 만들도록 배려하는 사회문화가 형성돼야 한다.

사회문제 해결은 극단을 넘어서는 이해와 배려가 있는 사회적 협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성숙하고 품격 있는 선진국은 이를 바탕으로 이뤄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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