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경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흔히 50세 전후 찾아오는 갱년기를 사추기(思秋期)로 부르곤 한다. 청소년기에 주로 나타나는 사춘기(思春期)에 빗댄 표현이다.

이때는 사춘기처럼 신체·정신·환경 변화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여성은 이 시기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월경이 멈추고 생식 기능을 상실한다.

물론 남성 역시 갱년기를 겪는다. 다만, 여성에 비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드물고, 주로 성기능이 떨어지는 수준에 그친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폐경이다. 갱년기가 되면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양도 일정치 않게 되다가 결국 폐경에 이른다. 주름살이 부쩍 늘고 질도 건조해진다. 신경이 예민해 사소한 일에도 짜증을 쉽게 내고, 기억력과 집중력도 떨어진다. 또 자신감을 잃고 우울해하기 쉽다.

더불어 질병 발생이 도미노처럼 이어진다. 폐경 초기 여성의 75%는 열성 홍조와 야간 발한을 경험하고, 50대 중반엔 급격한 기분 변화, 기억력 감퇴, 성기능 장애를 겪다가 후반엔 골다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질과 요로계도 영향을 받는다. 점막이 얇아지고 건조해지며 탄력성을 잃고 위축된다. 호르몬 부족 상태가 계속되면 질은 더욱 건조해져 성관계 시 통증이 생기고 손상을 받거나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돼 자연히 부부관계를 피하게 된다.

폐경 후에는 여성호르몬 감소로 요로 상피가 얇아지고 탄력성이 감소되며, 방광을 지지하는 조직의 이완으로 방광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밤에도 여러 번 일어나 화장실을 찾게 된다.

또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긴장성 요실금이 나타나고, 요도염이나 방광염에 쉽게 노출된다.

골다공증도 조심해야 한다. 골다공증은 갱년기 증상 가운데 가장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폐경 후 여성호르몬 결핍 결과로 골의 교체 속도가 증가하고 골 흡수와 형성 사이의 불균형이 커지는 게 원인이다.

여성 갱년기 치료는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를 주로 진행한다. 초기 안면홍조, 발한, 수면장애는 먹는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어느 정도 개선 가능하다.

규칙적인 운동, 체중 조절,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금연으로 안면 홍조는 어느 정도 감소시킨다.

특히 운동으로 인한 근력 강화는 골밀도를 증가시켜 골밀도 감소에 의한 골절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걷기, 등산을 추천한다. 또 햇빛을 하루 10분 이상 쬐어주고, 칼슘이 풍부한 식이를 통해 비타민D와 칼슘 부족량을 채워 주는 것도 뼈 건강에 도움이 된다.

폐경 호르몬 요법 시작은 그 시기가 중요하다. 폐경 후 10년 이내 또는 60세 미만에 시작해야 한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호르몬 치료 기간이 길어질수록 유방암의 잠재적 위험성이 증가한다. 폐경 후 10년, 특히 20년 이상 지난 시점에서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경우에는 관상동맥질환, 정맥혈전색전증, 뇌졸중의 절대위험도가 높아진다.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송희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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