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개혁은 단골 메뉴였다. 현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그만큼 교육개혁은 보수·진보 정권을 떠나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에 대한 정책적 컨센서스(consensus)다. 

실제 교육은 대한민국이 산업화 시대에 한강의 기적을 연출한 성공적인 설계자였으며 인재 양성의 요람이었다. 이제 정보화·디지털 대문명 시대로 전환하면서 교육은 문화·산업에의 적용과 의식, 철학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지대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인재 육성과 가공에 의한 수출로 국가적 부재의 대다수 천연자원을 대체해야 하는 특이한 입지 조건을 안은 우리로서는 교육은 그만큼 희망이자 기대다.

하지만 우리 교육은 입시 공정성이라는 화두에 매몰된 나머지 본질이라 할 개인의 능력 계발은 한참이나 뒤졌다. 또 다양한 적성을 가진 아이들을 학교 성적(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한 줄 세우기를 하니 이보다 불공정한 교육은 없다. 마치 물고기를 나무 오르기 능력으로 성적을 매기는 우를 범하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교육은 모든 학생이 소질과 적성에 맞춰 능력을 최대로 키우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본질이며 가장 공정하다. 이제 우리 교육은 다양한 적성의 아이들을 획일적이고 동일한 시험을 강제하는 심각한 차별을 멈춰야 한다. 시험능력주의에 의해 한 줄 세우기가 가장 공정하다고 믿는 현재 우리 교육시스템은 지금까지 수많은 ‘이생망’과 ‘헬조선’, ‘N포 세대’를 외치는 청년들을 배출했다.

학교는 거의 매년 5만 명을 훌쩍 넘는 학교 밖 청소년을 배출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SKY 중심 대학서열체제와 의대 광풍에 의해 매년 N수생으로 남고, 그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는 가히 망국적인 고질병이 됐다. 가장 공정하다는 수능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초등학교 때부터 수능을 선행학습하게 만드는 작금의 우리 교육은 자퇴를 학교라는 지옥에서의 탈출이라 두 팔 들어 환호하며, 매년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자살률을 기록한다.

모 방송국의 젊은이들과의 대화에서 독일 출신 재한 방송인은 "고교 시절 하루하루가 축제 같았다"고 고백한 반면 우리 젊은이들은 "고교 시절 하루하루가 전쟁터와 같았다"고 고백하는 차이는 우리 교육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렇게 불행한 아이들이 지금도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고 오직 시험을 위해 경쟁하는 정글에서 각자도생하는 우리 교육시스템을 과연 언제까지 두고만 볼 텐가. 찔끔찔끔 땜질식 교육정책 처방을 교육개혁이라 착각하고 이전 정책보다는 더 낫다고 자위할 것인가. 

목소리 높은 교육 기득권자들의 주장에 포퓰리즘까지 겹쳐 혼돈을 거듭하는 교육정책은 이제 혁명 수준의 획기적이고 실질적이며 장기적인 교육비전으로 새롭게 교육개혁 깃발을 들어야 한다.

교육선진국 독일은 유럽의 68혁명 이후 테오도어 아도르노가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라고 주장하며 학교에서 성적으로 한 줄 세우기를 불법으로 퇴치했으며, 선행교육을 금지하고 대학까지 무상교육 실시로 오늘날 독일 교육의 과감한 개혁을 이뤘다. 그들은 역사에 대한 철저한 비판교육과 정치교육, 행복교육으로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선도적 교육을 구현한다. 우리는 이런 교육개혁을 보고만 있고 부러워만 할 것인가. 우리도 할 수 있다.

이제는 수행평가 방식을 보다 개선해 학습의 매 과정을 즐기는 ‘카르페디엠(Carpe Diem)’ 방식으로 전환해 아이들이 만족하고 기쁘고 흐뭇함을 경험하는 이른바 ‘행복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미 독일과 덴마크 같은 교육선진국들은 학교에서 ‘행복교과’ 시간을 운영하며 아이들이 "오늘은 참 행복한 날이었다"고 부모 앞에 당당하게 고백하는 것처럼 우리 교육도 진정한 교육개혁의 이름으로 이 땅의 온 교육공동체가 공감하고 지지하고 더불어 행복교육이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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