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박물관이 ‘오늘 뭐 입지?(OOTD:Outfit Of That Day)’와 ‘구름 물결 꽃 바람(Clouds, Waves, Flowers and the Wishes)’을 동시 연다. 출토 복식 특별전 ‘오늘 뭐 입지?’는 박물관이 보존 처리와 연구를 거쳐 처음 공개하는 다양한 17세기 우리 옷을 선보인다. 무장애 특별전 ‘구름 물결 꽃 바람’은 옛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무늬에 담긴 의미와 소망을 다양한 감각으로 감상한다.

심연 묘에서 출토된 관복 ‘단령’.
심연 묘에서 출토된 관복 ‘단령’.

# 조선 전·후기 경기사대부, 과도기 복식사

조선 전·후기 과도기적 복식 흐름사를 살피는 전시가 열린다.

출토 복식전 ‘오늘 뭐 입지?’는 17세기 전반기를 살았던 심연 집안을 통해 명말 조선 전·후기 관료의 흉배제도 변화, 조선 중기 명문가 장례문화를 살핀다.

17세기 문신 심연(沈演, 1587∼1646)과 부인 전주이씨(1606∼1668), 그의 할머니 나주박씨가 공들여 골라 입었던 다채로운 우리 옷들을 만난다.

전시는 3부로 구성, 1부 ‘삶을 담은 옷가지’와 2부 ‘겹겹이 품은 이야기’는 각각 17세기 사대부 여성과 남성의 다양한 복식을 차례로 선보인다. 3부 ‘무덤에서 박물관까지’에서는 조선시대 옷을 무덤에서 수습하고 연구를 거쳐 재현과 전시로 이어지는 과정을 소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심연 무덤에서 출토된 습의(수의)를 만난다.

경기도박물관 정윤회 학예사는 "심연은 조선시대 경기관찰사를 역임했던 문신으로, 그가 입었던 100여 점 옷이 좋은 상태로 무덤에서 시신과 함께 출토됐다"며 "심연은 8벌 옷을 껴입은 상태로 발견됐는데, 전시 2부에서 그가 입었던 옷을 차례로 앞면과 뒷면을 모두 살피도록 양방향 배치했고, 일부 남은 본래 의복 색상을 볼 수 있다"고 했다.

심연이 입고 있던 관복인 ‘단령’의 가슴과 등에는 금으로 화려하게 수놓은 비오리 무늬 장식이 있다.

정윤회 학예사는 "비오리 흉배(관복의 가슴과 등에 두는 장식)는 본래 명나라 것으로, 조선시대 관료 옷에서 발견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심연이 당시 조선 규정에 따라 기러기 흉배를 하지 않고 비오리를 사용한 건 명나라 멸망 이후 조선 흉배제도가 문란해졌음을 보여 주는 자료라고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 공개하는 유물은 모두 경기도박물관이 청송심씨 사평공파 문중에서 기증받은 200여 점 복식 중 일부다.

경기도박물관 이영은 학예운영실장은 "2017년 사평공파 묘역을 정리하는 과정에 경기도박물관 학예사가 참여해 복식 등 유물을 직접 수습했고, 3년여 보존 처리와 전문가 연구를 거쳤다"며 "이번 특별전은 이 유물들을 본격 선보이는 첫 자리로, 일부 유물은 보존을 위해 올해까지만 전시한 후 교체할 예정"이라고 했다.

요지연도 8폭 병풍 촉각 모형.

# 무장애 특별전 ‘구름 물결 꽃 바람’

백로 무늬로 장식한 예복의 허리 장식, 행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모란·국화·연꽃·학 등 우리 문화유산 곳곳에는 옛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다양한 무늬가 남았다. 각각 다채로운 무늬에는 선조들의 여러 소망과 염원이 담겼다.

무장애는 배리어프리(barrier-free)의 번역어로, 장애인이나 고령자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물리적·심리적 장벽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환경을 말한다.

정윤회 학예사는 "‘구름 물결 꽃 바람’은 장애인을 위한 전시가 아니라 모두가 편안하게 즐기는 전시를 목표로 했다"며 "전시 전반에 걸쳐 촉각 전시물과 수어 해설, 점자 해설판을 다채롭게 사용해 눈이 불편하거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사람도 각자 방식으로 전시를 즐기게끔 했다"고 했다.

전시는 작은 산행을 모티브로 3부로 구성, 1부 ‘산길의 입구:작은 풀꽃, 큰 소망’에서는 자연을 닮은 다양한 무늬를 시각과 촉각으로 만나며 그 의미를 찾는다.

2부 ‘깊은 산속의 잔치:요지연도’는 서왕모가 열었던 산속 잔치를 주제로 박물관이 소장한 ‘요지연도 8폭 병풍’을 실제 크기로 다시 만들고, 그림 속 무늬들을 촉각 모형으로 구현해 직접 느껴 보도록 전시했다. 또 자연 무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향기도 체험토록 했다.

3부 ‘산길의 정상:너와 나의 바람’은 미디어로 무늬에 담긴 소망을 나눠 보는 자리다. 촉각 무늬를 시각으로 구현해 공간을 채우는 체험을 한다.

하루 세 번 전시를 해설하는 도슨트 투어를 운영하며 시각·발달장애인,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구름 물결 꽃 바람’은 2023년 무장애 문화향유 활성화 지원사업 선정 프로그램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후원을 받아 기획했다.

이영은 학예운영실장은 "‘구름 물결 꽃 바람’은 전통 무늬에 담긴 소망을 다룬 전시"라며 "옛 유물에 담긴 생각과 마음이 지금 우리 것과 다르지 않음을 다양한 감각과 매체로 많은 사람이 편안하게 즐기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두 전시는 내년 3월 10일까지 이어진다.

이인영 기자 liy@kihoilbo.co.kr

사진=<경기도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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