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의 협치와 소통을 강조해 온 유정복 인천시장의 소통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내년도 관련 예산이 인천시의회에서 절반이나 삭감됐기 때문이다. 불요불급한 특정 사업예산을 삭감한 게 아니라 시민과 직접 소통을 담당하는 시민소통담당관실의 운영예산 절반이 날아갔다. 시는 내년도 시민소통담당관실 예산으로 10억4천900여만 원을 시의회에 제출했지만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절반인 5억2천400여만 원이 삭감된 데 이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그대로 통과됐다. 부서운영비는 물론 사업예산 각 항목이 에누리 없이 절반씩 삭감됐다. 그동안 시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다. 

지난해 2023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자치경찰위원회 예산이 반 토막 나기는 했으나 예결특위에서 상당 부분 증액됐고, 과거 일부 사업예산이 절반 또는 완전 삭감된 사례는 많지만 이렇게 시 본청 특정 부서 예산이 절반이나 삭감된 사례는 전무하다. 시의회의 특정 부서 길들이기라는 의견도 있지만 결국은 시민 소통을 제대로 못한 시민소통담당관실이 자초한 일이다. 

시민소통담당관실은 유정복 시장 취임 이후 정무직 인사를 내세워 ‘시민정책담당관실’에서 개편한 뒤 시민 소통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대표 민관 소통기구인 ‘시민소통네트워크’는 단 한 번도 회의를 개최하지 않다가 운영예산을 반납하는가 하면, 공론화 갈등 예산은 절반으로 축소됐다. 반면 시정홍보예산은 대폭 늘려 시민과의 소통은 포기하고 시장 치적만 홍보한다는 비난도 자초했다.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부서 책임자의 부실한 진술과 자리 이석(離席), 불통 태도로 시의원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민 대표인 시의원들과의 소통조차 제대로 못해 이 사달을 냈다는 게 공무원들의 평가다. 결국 책임은 유정복 시장에게 돌아간다. 자신의 뜻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이를 정무직으로 앉혔다면 그의 잘못은 시장 의중이 투영된 결과일 뿐이다. 바로잡을 이도 시장이다. 교체하든 따끔하게 혼을 내든 온전히 시장이 감당할 일이다. 유정복 시장은 늘 ‘진정성’을 강조했다. 그 진정성이 시민들에게 깜짝 쇼하듯 보여 주기 식이 아니라면 빠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지적했듯 ‘소통’이 시민에게 혈세 낭비의 ‘고통’이 될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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