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종교가 어디 있느냐."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8호 김복련 선생.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김복련(76)선생은 승무·살풀이를 한국 효와 예의 춤이라고 했다. 슬프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정서를 꾸밈없고 절제된 몸짓으로 표현한다.

김복련 선생은 "경기도 승무살풀이에는 다른 지역에 없는 독특한 배경설화가 있어 이를 생각하고 보면 춤이 그려진다"고 했다.

깊은 산사에 상좌가 스승을 모셨는데 스승이 병환을 얻어 말을 못하게 되자 상좌가 꿈에서 본 승무를 췄고, 스승의 병이 씻은 듯 낫자 하직 인사를 하고 그 절을 떠난다. 그 후 상좌들이 승무를 추면서 전파돼 오늘의 승무가 됐다.

승무는 북 장단에 맞춰 추는데, 북은 절을 상징한다.

유래에서 절을 떠나는 대목이 있는데, 화성재인청 승무 역시 북놀이 과장을 끝내고 고깔과 장삼을 벗어 북에 걸친 후 떠나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춤사위는 다른 류 승무와 확연히 구별되는 부분이다.

번뇌를 초월해 자신이 걸어가야 할 구도자 길을 포기하면서까지 스승을 살리려 한 살신성인의 철학적 의미가 내포됐다.

김복련 선생은 "경기지역 살풀이는 다른 지역과 달리 두 개의 흰색 수건으로 춤을 춘다"며 "이는 이승과 저승, 밝음과 어두움, 기쁨과 슬픔, 자유와 부자유의 양면을 나타내며 병든 아버지와 아버지를 살리려는 효심어린 딸의 상징으로, 슬픔을 극복하고 자유와 환희의 세계로 승화시킨다는 살풀이춤의 궁극적 목적을 극대화시킨다"고 전했다.
 

내일 수원 정조테마공연장서 열리는 송악 김복련과 제자백가 춤 ‘운학, 옥당을 만나다2’ 공연을 앞두고 제자들과 연습에 몰입했다.

김복련 선생은 화성재인청류 승무와 살풀이춤으로 1991년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됐다. 2002년 제2대 예능보유자로 인정되면서 2003년 ㈔화성재인청보존회를 설립해 지금까지 140여 명 제자들과 화성재인청의 춤 정신을 이어 간다.

어린 시절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22세에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 20여 년간 무용을 중단했다가 41세에 수원 화령전에서 고(故) 정경파 선생에게 화성재인청류 승무와 살풀이, 기본무, 신칼대신무를 사사하고 승무·살풀이춤 무형문화재 지정 당시 췄던 승무를 계기로 이수자와 전수조교로 지정받았다. 또 정경파 선생의 스승인 고 이동안 선생을 만나 화성재인청류인 태평무, 진쇠무, 승전무를 전수받았다.

재인청은 조선시대 민간예술인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던 기관으로, 이동안 선생은 화성재인청 마지막 광대였다.

푸른 돌바위산에 홀로 선 소나무를 상징하는 ‘송악’이라는 김복련 선생의 호는 강인한 정신력을 의미한다.

김복련 선생은 ‘춤이란 어깨에서 흥을 내고 가슴으로 색을 내며 발끝에서는 격을 갖춰야 한다’는 스승 운학 이동안 선생 말처럼 "춤은 배우면 누구나 하지만 타고난 성품이 없으면 연결되지 않고, 그 모든 마음가짐이 춤에서 나온다고 했다. 무형문화 가치는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이후 그녀는 수원 화령전에서 제자들을 양성하며 경기도 화성재인청류 춤 전파에 노력한다. 그러나 원형 그대로 보존가치가 있는 한국 전통 춤 변형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복련 선생은 "전수받은 춤을 개성에 따라 변형한다면 그것은 창작이지만, 현 시대에 맞게 관객 흥을 돋우는 정도 이음새 외에는 변형하지 말고 보존·전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지 전통 춤을 배워 문화강좌·강연, 공연활동에만 급급한 행동은 예인으로서 지양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한국전통 춤에 대한 대중 인식은 예전보다 높아졌으나 여전히 관심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복련 선생은 "무료로 진행하는 공연에도 관객 동원이 쉽지 않다"며 "다른 예술 분야 공연과 버금가는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통공연 한 번 하는 데 최소 2천만 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의상·소품도 대다수 직접 준비하는 실정으로, 매번 자비를 들여 공연하기에는 벅차다"고 했다.

그녀는 "재인청류는 경기·충청·전라지역에만 있는 춤으로, 원형 그대로 전승·보존해 전통의 맥을 잇는 게 중요하다"며 "호흡이 길고 정적인 재인계춤과 슬프지만 마냥 슬프지만 않은 아름다운 한국 전통의 미를 관객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고 했다.

이인영 기자 li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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