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지난 8월 말 40년 세월의 교직을 마무리하고 정년퇴임했다. 학교 최고경영자이자 교직의 꽃이라 불리는 교장 직책이 어려운 시대일수록 학생 교육에의 책임과 봉사 그리고 투철한 교육철학이 왜 필요한지를 실감했다. 한편으로는 인고의 세월을 슬기롭게 버텨 낸 것이 감읍(感泣)할 정도다. 2023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평생 몸과 마음에 배인 교육리더십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지성무식(至誠無息)’. 이는 필자가 평생 교직에서 간직해 온 신념이다. ‘지극히 성실한 사람은 쉼이 없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이는 과거 농경시대 인류가 소유한 전형적인 생활 태도다. ‘한 우물을 파라’, ‘고진감래’처럼 한눈 팔지 않고 오직 주어진 책임과 역할을 묵묵히 견뎌 내고 인내한 삶이기도 하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괄목상대한 성장을 이루는 바탕이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가 살아온 방식이 다른 이들에게 똑같은 신념이 되도록 강요할 수는 없음을 안다. 다만, 한 가지는 꼭 교육리더십으로 감히 제언하고자 한다.

오늘의 학교 현장은 너무나 다양한 삶의 군상을 포용한다. 쉴 틈조차 없이 공부에 매몰돼 살아가는 학생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교사들의 고충과 애환은 ‘상실의 시대’와 ‘상처 시대’, ‘생존권 확립’의 시대로 상징된다. 우선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관심과 격려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능에 따라 교사들의 자존감을 높여 주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교육리더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여기엔 늘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돼 교직원을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이는 ‘사람이 우선이다’, ‘사람 사는 세상’ 등 인간 중심 사상, 즉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찍이 "인간은 최고 목적으로 대우해야지 결코 수단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칸트의 정언명령은 바로 교육리더십 핵심으로 간직할 필요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리더십은 무엇일까? 먼저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을 교직원, 학생들과 진심으로 함께하는 공유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의욕이 앞서 타인에게 자기의 신념을 절대 강요하지 않는 자세와 아무리 좋은 원석이라 해도 이를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보석으로 가꿔야 함을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 

최고의 교육리더십은 고독한 결단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모든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혼자서 가면 빨리 갈 수는 있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래서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학교구성원의 조그만 실수나 잘못은 오히려 보다 나은(better) 학교, 학생교육의 자산이 되도록 배려하고 기다려 주는 끈기의 리더십도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행복한 학교는 그 비결이 엇비슷하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교육리더십에서 나온다. 즉, 업무가 우선이 아니라 사람이 우선이라는 믿음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오늘날 우리 학교와 교사는 다방면에서 시련과 역경에 직면했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기는 혁신적인 사고로의 변화를 요구한다. 일찍이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미래는 변화만이 상수다"라 했다. 교육리더십은 인간의 변화를 상수라 여기고 이를 바람직하게 변화하도록 집중해야 한다. 

‘뉴 노멀(New Normal)’을 새로운 표준으로 추구하는 이 시대에 진정한 교육리더십은 사람과의 관계 유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특히 요즘처럼 각종 학부모의 악성 민원, 갑질, 아동학대 신고, 학교폭력 관련 송사에 외롭게 대응하며 ‘교권 수호’를 외치는 교사들에게 교직의 보람을 느끼고 자긍심을 갖도록 힘이 돼 주는 것은 교육리더십의 중추다.

여기엔 교육리더십에서 나오는 인간의 향기가 커다란 역할을 한다. 일찍이 고전에서는 ‘인향만리(人香萬里)’의 교훈을 전한다. 결국 성공하는 학교는 교육리더십의 향기가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에게 널리 스며들고 아름다운 동행의 가치가 선순환하는 교육의 장(場)이 돼야 함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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