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에만 급급한 사회, 물질적 풍요 속에 묻혀 진정한 가치가 매몰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의 가치, 바른 인성’을 중요시하는 학교가 있어 이목이 쏠린다.

1970년 수원시 팔달구에 자리잡은 영복여자중학교는 ‘존중과 배려로 더불어 성장하는 행복한 영복 공동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인성교육 산실로 자리매김한다.

‘사람다움’이 메말라 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뚝심 있는 교육철학을 실천하는 영복여자중학교를 소개한다.

추석 연후 전날 진행하는 추석절 행사에서 학생들이 투호놀이를 즐긴다 .
추석 연후 전날 진행하는 추석절 행사에서 학생들이 투호놀이를 즐긴다 .

# 인성을 중요시하는 교육과정

학교 교육과정은 인성교육에 바탕을 두고 구성했다.

학년초부터 학년말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교육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노라면 수원시민들이 영복여중을 학교폭력 없는 인성교육 중심으로 인식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학교는 학년초를 적응활동으로 시작한다. 낯선 환경, 낯선 친구, 낯선 교사와의 만남을 편안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려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자기소개하기, 문장 완성 검사, 학급 규칙 만들기로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부서별 안내 시간에서 학교생활 전반을 공유하는 시간을 마련함으로써 학년초 학교생활을 안정적으로 시작한다.

기본 생활 습관 정착을 위한 노력은 1년 내내 이뤄지는 학교의 장점이다. 학생과 교사 사이 신뢰를 바탕으로 학생의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신장시키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 의식을 함양하도록 만든 다양한 프로그램은 학교 구성원 간 엄숙한 약속이다.

‘내가 먼저 인사하기’, ‘다른 사람 칭찬해 주기’, ‘자기 주변부터 깨끗이 하기’ 같은 기본 생활 습관 정착부터 ‘정보통신 윤리교육 강화’, ‘효 실천 교육’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건전한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고자 노력한다.

학교에서 진행하는 모든 행사는 학생회 중심으로 운영한다. 모두가 주인이 되는 학교 공동체를 구성하고 자율과 책임의 학생자치회 운영으로 주인의식을 고취하고자 시작한 학생회 중심 운영은 이젠 웬만한 규모의 행사도 거뜬하게 해낸다.

학생 주도성 프로젝트, 학생회 리더십 캠프, 체육한마당, 친구 사랑의 날 행사, 올해 진행한 학교의 가장 큰 축제인 향나무 잔치도 학생들 중심으로 성황리에 마쳤다.

2학기에는 2차 지필평가가 마무리되고 겨울방학을 맞이하기 전까지 독서주간과 해피 클래스(Happy Class) 행사를 마련해 빈틈없이 꽉찬 시간을 만들어 간다.

독서주간은 2∼3주 정도 기간을 잡고 평소 교과 학습을 이유로 제대로 챙겨 보지 못한 책들을 읽는 시간을 갖는다. 학교는 추천 도서 목록을 제공해 중학생이 읽어야 할 도서 정보를 제공하고, 학생들은 각자가 읽고 싶은 도서로 독서활동을 한 후 독서감상문 기록, 토론을 한다.

이러한 독서활동으로 학생들은 교실 수업에서 배우지 못하는 다양한 지식을 얻음으로써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설계한다. 

해피 클래스는 학년별로 진행하는 행사로, 학급단위로 다양한 공연(뮤지컬, 연극, 합창, 댄스 들)을 준비해 발표한다.

학급 구성원 모두가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협동·배려·나눔의 가치를 배우고, 즐겁고 활기찬 학교생활로 학생들의 행복감을 높인다.

또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휘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함으로써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독서의 달 행사에서 학생들이 무지 봉투에 책 내용 관련 키워드만 부착해 보여준다.
독서의 달 행사에서 학생들이 무지 봉투에 책 내용 관련 키워드만 부착해 보여준다.

# 전통과 MZ를 아우르다

어버이날은 대부분 사람들이 부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을 달아 주지만, 학교는 민족 주체성을 확립하고 애국심을 함양하고자 카네이션 대신 무궁화를 달아 주자는 ‘나라꽃 달기 캠페인’을 개교 이래 지금까지 쭉 진행한다.

나라꽃 달기 캠페인은 단순히 꽃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우선 교과시간에 나라꽃(무궁화) 사랑하기 계기 교육을 한다. 계기 교육으로 학생들은 나라의 소중함을 배우고 선조들의 지혜를 터득한다. 그 다음 나라꽃을 직접 만든다.

자신이 제작한 나라꽃은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에게 달아 주고, 나라꽃 달기 운동의 좋은 취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수원교육지원청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캠페인 활동을 한다.

학교는 추석 연휴 전날 추석절 행사를 진행한다. 사라지는 전통문화를 계승해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문화로 발전·정착시킨다.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란 말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는 학교만의 자랑이자 ‘영복인’의 자부심이 되는 큰 행사다.

추석절에는 학생을 포함해 교직원 전체가 한복을 착용한다. 강강술래로 시작한 추석절 행사는 단체전(줄넘기, 투호놀이, 제기차기, 송편빚기, 윷놀이)과 개인전(팔씨름, 한복맵시자랑)으로 진행한다.

활동 부스에서 운영하는 종목에 참여해 받은 엽전으로 학생들은 전통 먹거리를 교환하고 함께 먹는다. 

연무사회복지관과 연계해 진행하는 나를 잡고(job go) 진로프로그램 중 플로리스트 직업을 체험하는 학생들.
연무사회복지관과 연계해 진행하는 나를 잡고(job go) 진로프로그램 중 플로리스트 직업을 체험하는 학생들.

# 다양한 진로·상담·독서 프로그램은 영복여중 인성교육의 밑거름

2만여 권의 도서를 보유한 학교 도서관의 다채로운 행사도 눈길을 끈다.

도서관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만도 10여 개에 이를 정도로 다채로우며, 학생들 참여를 유도하려는 홍보활동도 색다르게 진행한다.

독서 관련 대회(나만의 책 만들기, 독서감상문 대회, 독서기록장 대회), 독서문화 프로그램(세계 책의 날 행사, 독서의 달 행사), 독서교육활동(다독왕, 독서우수학급, 독서쿠폰 발급)은 학생들이 책과 더욱 가까워지며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데 좋은 영향을 준다.

도서관 프로그램 중 대표 격은 세계 책의 날 행사다. 지난 4월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맞아 세계 책의 날 유래와 의미를 알고 ‘책과 책 읽기 의미’를 일깨우는 기회가 되도록 기획했다.

‘마음이 열리는 책나무’는 책을 대출하고, 친구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제목과 추천 이유를 적어 책나무 포스터에 붙이면 독서와 관련된 명언이 담긴 상품을 증정한다. ‘책 속에 닿기를’은 책 속 간직하고 싶은 문장을 엽서에 필사한 후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편지를 써서 제출하면 책의 날 기념 상품을 준다.

학교는 진로 선택에 고민이 많은 학생들을 위한 진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돼 운영 중이다.

솔리언또래상담반 학생들이 등교맞이 및 생명존중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솔리언또래상담반 학생들이 등교맞이 및 생명존중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나를 잡고(job go)’는 연무사회복지관과 연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자아정체감, 진로자기효능감 검사와 한국잡월드 체험으로 직업 체험 폭을 넓히고 바람직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4차 산업 진로 탐색과 직업 체험 기회를 주는 학생 맞춤형 진로·진학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 중이다.

Wee클래스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정서 안정과 사회성 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 성평등과 성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인성교육-심사숙고 집단상담’, ‘인성구조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 중 ‘감정아로마테라피 체험부스’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매우 높다. 10종의 아로마오일 중 끌리는 향을 선택한 학생들은 향에 대한 감정을 이야기한 후 목걸이형 병에 담긴 아로마 오일을 선물로 받는다. 학생들은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하며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는다.

김모(3년)양은 "등교하는 하루하루가 항상 기대된다"며 "영복여중만의 다양한 인성과 교육활동은 다른 학교까지 소문이 날 정도이며, 재미있고 뿌듯한 프로그램도 많다"고 자랑했다.

# 황현무 교장 미니 인터뷰

지난해 3월 제12대 교장으로 취임한 황현무 교장은 "또래 집단에서 배움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주고, 나눔과 배려 문화를 조성함으로써 따뜻한 학급 분위기를 만들고자 교직원 모두가 노력한다"고 했다.

황 교장은 "존중과 배려로 더불어 성장하는 행복한 ‘영복공동체’를 만들려고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구상한다"며 "다양한 소규모 교육활동 장을 마련하고자 멘토·멘티 활동을 강화하며, 멘토멘티실을 별도 운영해 개인 수준에 맞는 교육활동을 한다"고 전했다.

학교가 지향하는 인성교육 중점에 관해선 "학교교육과정과 연계한 인성교육으로 수업 내실화를 다지는 한편, 학생 주도 탐구활동 중심의 독서 기반 수업, 예체능 교육 활성화, 체험 중심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디지털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윤리의식 교육을 강화하고 학교폭력 예방교육으로 학생의 건전한 인성 함양과 생명존중 실천은 물론 자연과 더불어 사는 환경교육 활성화에도 힘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황 교장은 "다양한 자율동아리 확대, 도서관을 활용한 독서주간 운영의 독서·인문교육과 문화예술교육, 진로·진학교육 내실화에 힘을 쏟겠다"며 "학교폭력이 없는 사랑이 넘치는 안전한 환경에서 즐겁게 배우며 꿈과 잠재력을 키우는 행복의 장으로 만들고자 지속 발전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사진=<영복여자중학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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