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이 인류의 가장 보편적 가치 개념인 선과 악을 주자학 관점에서 고찰한 신간 「악은 선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자학에서 본 선악의 실체성」(김철호 저)을 펴냈다.

경인교육대 윤리교육과 교수이자 성리학의 도덕추론과 선악론을 연구해 온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은 본래 선한가, 악은 왜 선보다 강한가, 악은 어디에서 생겨나는가’와 같은 실존적 질문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선악 문제에 주자학이 제시하는 해법과 유효성에 대한 논증을 펼친다.

동서고금에 걸쳐 가장 일반적인 가치 개념으로 쓰여 왔던 선과 악을 되돌아보며, 공자부터 맹자, 순자, 한당유학, 북송유학을 거쳐 주희에 이르는 선악 개념의 변화와 특징을 탐구했다.

더욱이 중국 남송(송나라 후기)의 유학자 주희를 중심으로 유학에서의 선악을 살펴봤다.

책에서 필자는 선과 악의 내용만이 아니라, 선과 악을 정의하는 방향에 주목했으며, 가능한 주희를 현대와 연결 지으면서 오늘날에도 통용되는 선악에 대한 보편적인 사유 문법을 발굴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책의 제목인 ‘악은 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주희에서 발견되는 그러한 정의 방향을 표현했다.

저자는 지난 1990년부터 최근까지 주요 일간지에 보도된 악마화 관련 기사가 총 2천372건에 달하는 한편, 갈라치기(829건), 이분법(614건), 내로남불(5천305건)과 관련된 기사들이 급증한 배경도 우리 사회의 혐오와 비인간화, 악마화의 추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훈제된 고기에서 냄새를 완전히 빼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인간은 언제든지 악에 물들 수 있으며, 선에 도달하기 위해선 매번 자신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악의 시선에서 선을 정의하면 악으로 규정된 존재를 제거의 대상으로 여기지만, 선의 시선에서 악을 정의하면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변화의 대상으로 여기게 된다고도 한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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