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인플레이션 약세, 경기 둔화가 확인되는 데 따른 숨 고르기 차원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인플레이션 약세가 주로 가전제품과 IT제품, 자동차 가격 하락에 따른 것으로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부족이 해소되고 제조업체의 인력 운용 상황이 개선되면서 앞으로 1년 정도는 이들 가격이 하락한다"고 분석한다. 다만, 서민 생계와 밀접한 식료품 가격이 여전히 높은 점은 정책 기조를 전환하는 데 고민이 될 듯하다.

감안해야 할 게 더 있다. 그래선 안 되겠지만 정치 변화에 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 내년 11월 치러지는 미 대선은 세계 안보와 경제질서를 근본 수준에서 뒤흔드는 세기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단도직입적으로 중국과 러시아, 이슬람 원리주의를 제외한 국가들은 현재 유력한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걸 두려워한다. 바꿔 말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성적이 경기 침체로 상처 받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플레보다 경기 둔화 방지에 방점이 찍히리라 전망하는 이유다.

이번 동결로 한국(3.50%)과의 기준금리 역전 차는 당분간 2.0%p(상단 기준)가 유지될 전망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낙관적 사고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완화해도 내년에 1.0%p 넘게 떨어진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격차 확대 가능성 감소로 금융위기 확산 우려는 줄어들겠지만, 그 이상 기대할 만한 여지는 어렵다는 뜻이다. 설상가상 진영 간 대립과 정치 갈등이 사상 최악인데, 그 판을 다시 짜는 역대급 총선까지 눈앞에 닥쳤다. 느슨해지는 순간 경제가 수렁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점을 명심하고 경제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한 ‘2024년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2.3%는 내년 소비지출을 올해보다 축소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런 경향은 소득수준이 낮은 1분위와 2분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내년 경기에 대해서도 개선되리란 응답은 11.3%에 불과했다. 현 상황에서 소비 감소와 투자 위축 심리를 뒤집을 방법은 하나다. 도래할 고금리 완화 기조에 동참하도록 물가 안정에 총력 집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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