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이 전 근대 한국 문학을 해외 한국학자가 고찰한 내용을 담은 영문학술지  「The Review of Korean Studies」 2023년 12월호를 발간했다.

이번 호에는 한국 문학에 대해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학자들의 평가와 분석을 담은 연구 4편이 특집으로 담겼다.

그 첫 번째로 독일 보흠 루르대학교 메리언 에커트 교수와 엘사 큐퍼스 연구원은 조선시대의 가사(歌辭) 문학 연구에 집중했다.

두 연구자는 16세기 가사 작품인 송순의  「면앙정가」와 정철의  「관동별곡」을 기존 연구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은유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두 작품의 확장된 은유 방식은 초월성을 보여줬고, 궁극적으로 이 초월성이 유교의 종교적 차원을 강화한다고 설명했다.

조선 시대 문학 장르 가사와 20세기 초 근대 여성 작가의 만남을 다룬 연구도 흥미롭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이지은 부교수는 근대 여성 작가 조애영의  「금강산기행가」를 국내 선행연구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또 미국 보스턴 대학교 데니스 뷰어스너 조교수는 국내 최초의 소설로 알려진 김시습의  「금오신화」가 세조 시대 불교 중흥 정책에 맞선 반종교적 선전 소설로 쓰였다는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김시습의 소설이 외관상으로는 불교적 색채가 짙어 보이지만, 그가 다른 산문에서 불교 제사나 장례 의식 등을 비판했던 걸 언급하며 유교 중심 조선 시대에서 이 소설이 아무 문제없이 널리 읽힌 점 등에서 도전적 논의를 제시했다.

로마 라 사피엔차 대학교 안토네타 브루노 교수는 황석영과 한말숙의 소설을 중심으로 소설과 무속이 공유하는 서사적 특징과 그 효과로 나타나는 독특한 시공간의 차원을 설명했다.

무속에서 서사적 가치를 발견한 이 연구는 기존 논의의 저변 확대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달호에는 또 한국 미술의 대표적 디지털 아카이브를 소개하고, 그 향후 과제를 다룬 리뷰특집 원고 5편과 연구논문 1편도 함께 수록됐다.

영문학술지의 모든 논문 원문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성남=이강철 기자 iprok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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