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꿈꿨던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은 냉정한 현지 평가에 많은 눈물을 흘리곤 했다.

KBO리그를 평정하고 대차게 MLB 진출을 선언했던 스타들은 국내 연봉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지 구단들의 박한 대우에 꿈을 접고 유턴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내 최초로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MLB 진출을 노렸던 이상훈 해설위원은 1998년 최고 응찰액이 60만 달러에 그쳐 꿈을 접었다.

2002년 2월엔 두산 베어스 진필중이 포스팅을 신청했으나 응찰 구단이 아예 없었고, 12월 재신청에선 2만5천 달러의 푼돈을 제시받는 데 그쳤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던 임창용도 그해 65만 달러를 제시받고 국내에 남았다. 2009년엔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최향남이 101달러의 상징적인 금액을 제시받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2012년 류현진이 거액을 받고 빅리그에 입성했으나, 여전히 다른 KBO리그 선수들은 기대 이하의 대우를 받았다.

김광현(SSG 랜더스)은 2014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최고 응찰액 200만 달러를 제시받은 뒤 국내 잔류했고, 같은 해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150만 달러 수준의 금액을 제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BO리그에 관한 인식이 바뀐 건 강정호가 MLB에 안착하면서다.

500만 달러 이상의 응찰액을 기록하고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입단한 강정호는 2015년 주전 내야수로 자리매김하면서 KBO리그에 관한 인식을 끌어올렸다. 이후 김광현, 김하성(샌디에이고) 등이 성과를 내면서 한국 선수들의 몸값이 뛰기 시작했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었던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성공적으로 MLB에 안착한 것도 KBO리그 선수들의 대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엔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선배들이 눈물로 만들어놓은 토양을 딛고 최고의 계약을 끌어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계약기간 6년, 총액 1억1천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고 MLB에 입성했다.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몸값이 뛴 배경엔 다른 이유가 숨어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21일(한국시간)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NPB) 출신 선수들이 MLB에서 높은 대우를 받는 현상과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매체는 "과거 MLB 구단들은 한국,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의 투구 회전수, 타구 속도 등 고급 데이터를 얻기 어려웠으나, 지금은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상대평가가 아니라 선수의 경기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MLB 성공 여부를 판단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많은 스카우트는 아시아 선수에 관한 분석을 이어왔고 각 팀에 충분한 정보를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포스팅시스템이 다른 계약 시스템보다 간결한 점도 아시아 선수들의 몸값을 뛰게 한 배경이라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CBS스포츠는 "MLB 구단이 KBO리그 혹은 NPB 소속 선수를 영입할 땐 드래프트 지명권 혹은 유망주를 포기하는 등 다른 조건이 붙지 않는다"며 "각 구단은 계약에 따라 금액만 지불하면 된다"고 보도했다.

아시아 선수 영입으로 구단은 부가적인 수입도 올린다. 이 매체는 "대표적으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글로벌 스타인 오타니 쇼헤이를 영입해 많은 돈을 벌 기회가 생겼다"고 전했다.

CBS스포츠는 "이정후는 오타니처럼 막대한 수입을 소속팀에 안길 수는 없겠지만, MLB와 소속 팀이 수익 시장을 넓히는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FA시장에 초대형 선수가 많지 않은 것도 아시아 선수들의 몸값을 올리는 요인이 됐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CBS스포츠는 "MLB 팀들이 아시아 선수들에게 관심이 큰 만큼 고우석 등 아시아 출신 2∼3등급 선수들의 빅리그 진출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커졌다"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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