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회복세와 달리 경제 전반의 소비자 인식은 악화일로를 걷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97.2로 7월 이후 넉 달 연속 하락세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여파로 추정된다. 이미 한국경제는 높은 물가와 금리로 부의 감소 효과가 확산 중이다. 무주택자와 영끌족, 에너지 빈곤층의 계층 탈락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부동산·주식 등 중산층의 기본 포트폴리오까지 위협하는 형국이다. 이런 식이면 내수·투자 침체와 양극화라는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잠재성장률 추락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 없이 노동, 자본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해 달성하는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즉, 노동이나 자본 투입 증대, 생산성 향상 등 생산요소의 투입량이나 효율성을 증대시켜야 잠재성장률 추락을 막고 재도약이 가능하다. 한국은행이 17일 내놓은 ‘한국경제 80년 및 미래 성장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경제는 연평균 6.4%씩 성장했다. 이 중 자본 투입이 3.4%p, 노동 투입이 1.4%p, (총요소)생산성이 1.6%p 기여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보고서는 "노동·자본 투입 기여도가 꾸준히 감소하리라 전망한다"며 "인구가 줄고 평균 근로시간이 축소되는 데다, 자본 투입 증가율도 하락세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앞으로 30년의 경제성장은 생산성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얘기다. 특히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와 미국의 공급망 다변화 정책으로 최대 수출시장을 잃고, 수출 경쟁력까지 따라잡히는 상황에서 생산요소의 효율성 극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생산성은 참담 그 자체다. 

OECD가 집계하는 회원국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49.4달러로, 37개 회원국 중 33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64.7달러)의 76%에 불과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처럼 근로시간은 많은데 생산성이 낮은 나라가 해야 할 일은 결국 하나다. 구조 개혁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과제가 노동·교육·금융 개혁이다. 이들 개혁에 성공해야 고기술·고부가가치·고임금을 통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며 선진 기술강국으로 자리매김이 가능하다. 현 정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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