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에 볼 만한 복합문화공간이 들어섰다. 시청사 바로 옆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건축물에 명칭조차 설렘을 품게 하는 ‘그림책꿈마루’다. 시가 6년을 공들여 야심차게 준비한 그림책꿈마루가 조성된 배경과 빼어난 외부 공간인 만큼 훌륭한 프로그램을 들여다봤다.

그림책움 열람실이 국내외 도서 1만8천여 권으로 가득하다.
그림책움 열람실이 국내외 도서 1만8천여 권으로 가득하다.

# 경기도 오디션 우승 상금 받아 ‘그림책’ 사업 본격화

그림책꿈마루 조성사업은 6년 전인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가 특별조정교부금을 걸고 진행한 ‘넥스트 경기 창조오디션’에 30개 시·군에서 내놓은 49개 사업이 경쟁을 펼쳐 군포시가 최종 우승인 대상을 수상, 100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후 타당성 조사, 설계공모를 거쳐 2022년 10월 준공하고, 시민 참여 명칭 공모에서 그림책을 통해 꿈을 마음껏 펼친다는 의미의 ‘그림책꿈마루’로 시설명을 확정했다.

시는 우승 직후 ‘그림’을 매개로 한 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작가를 포함한 그림책과 관련한 인물·단체에서 자료를 기증받아 그림책꿈마루 조성 기반을 차근차근 다졌다. 그와 동시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그림책 콘텐츠 개발 세미나, 한국 창작 그림책 아카이브 구축 용역 같은 다양한 학술용역과 세미나, 전시 행사를 진행했다.

그림책 작가와 작가회 활동을 기록에 남기는 역사적 고증 사업도 추진했다.

국내 그림책 역사에 있어 주요 작가의 타계와 작가회 활동이 미확인된 데다가 그림책 작가·작가회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해 사장되는 귀중한 인물과 자료를 기록으로 남기는 채록화 사업을 준비했다.

그 결과, 그림책꿈마루 개관을 앞두고 한국 그림책 주요 작가회 회원 3명과 경기중부지역에서 주로 활동했던 대표 작가 3명, 총 6명의 구술 채록 영상을 제작했다. 후세들에게 그림책 중요 자료를 공유하고 국내 그림책 활성화를 위한 채록화 작업을 계속 이어 갈 예정이다.

# 배수지가 자리잡던 개념 살려 건축

그림책꿈마루가 들어선 곳은 예전에 배수지로 사용하던 곳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991년 산본신도시 개발과 함께 생활용수를 확보하고자 군포배수지를 설치, 안양 포일정수장에서 끌어온 물을 보관 후 가정으로 공급한 곳이다. 이후 군포에 새로운 정수장이 준공된 뒤 잠시 그라운드골프장으로 사용하다 용도 폐지된 후 빈 공간으로 남겨졌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건축설계부터 ‘물을 비우고 빛을 채우다’라는 개념으로 물과 자연공간, 그림책이 어우러지게끔 주변 경관을 고려해 자연스럽게 지었다.

배수지였던 흔적을 찾아보게끔 배수지에 담긴 물이 각 가정으로 나가는 배관 출구인 집수정을 보존하고, 물이 들어오던 배관 입구를 그림책열람실 입구 정면에 동그란 창으로 남겨 놨다. 또 당시 배수지를 받치던 기둥을 하늘빛정원 안 기둥과 로비 기둥으로 재활용했다.

그림책꿈마루 개관식에 참석한 내외빈이 기념테이프를 자른다.
그림책꿈마루 개관식에 참석한 내외빈이 기념테이프를 자른다.

# 어른그림책·외국 원서 등 다양한 자료 갖춰

그림책꿈마루는 지하 2층·지상 1층에 3천821㎡ 건축물과 상부공원 5천980㎡ 규모로 열람실, 아카이브실, 상설전시장, 기획전시실, 수장고, 수정원, 공원으로 구성·운영 중이다.

그림책움이라 불리는 열람실은 1만8천여 권의 어른그림책, 외국 그림책 원서, 한국 그림책을 보유하며 160석 규모다.

아카이브실은 한국 그림책 역사의 타임라인 구성과 역사 보존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기획전, 체험, 교육에 이용하는 자료, 희귀 도서, 그림책 기증본 도서를 갖췄으며, 포스터장에는 해방기 그림책의 밑거름이 되는 ‘토끼와 원숭이’ 신문기사와 설명, 해석을 곁들였다. 이곳 터치스크린에서는 ‘2022년 한국 그림책 구술기록 채록화’에서 인터뷰한 작가들 영상을 만난다.

로비에 있는 체험부스인 ‘ON그림책’은 개관 이후 지점토로 나만의 작품 만들기 같은 다양한 무료 행사를 진행 중이다.

그림책꿈마루 콘셉트가 ‘한국 창작 그림책’인 만큼 시간 순서로 한국 그림책 역사를 표로 정리해 놓은 연표를 전시하고, 주요 내용은 디지털 액자로 보여 준다.

상설전시장은 한국 창작 그림책 역사를 펼쳐 놓은 곳으로, 그림책 기원부터 시대별 그림책을 전시한 공간이다. 현대 그림책 수상 작가 소개, 더욱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토존과 캐릭터 색칠하기 같은 체험 공간을 구성한다.

상부공원에 위치한 카페에서는 수리산 봉우리(관모봉, 태을봉, 슬기봉)를 한눈에 조망 가능하며, 조명이 아름다워 야간에도 힐링하는 공간이다.

# 음악회·공연·교육강좌가 펼쳐지는 복합문화공간

개관 이래 일평균 400명 가까이 방문하고, 주말 정기 무료 공연인 마술쇼, 클래식 공연, 개그쇼는 평균 130여 명이 관람했다.

많은 어린이집에서 단체관람이 이어졌고, 이곳을 찾는 아이들에게 최상의 환경과 단체관람으로 교육의 질적 우수성을 유지하고자 11월부터 유료화로 전환했다.

그림책꿈마루 특별행사로 가족과 함께 그림 그리기, 가을낭만음악회를 개최해 많은 호응을 얻었으며 그림책 시민공연팀 ‘위픽’의 주말 정기공연으로 이곳을 찾는 발길을 유도하고 이용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했다.

영상의 시대에 맞춰 그림책을 소개하고 그림책꿈마루의 각종 소식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편, 많은 사람들이 찾고 향유하게끔 도서관 이용시간을 오후 10시(동절기 오후 9시)까지 연장 운영한다.

두 개 프로그램실(상상피움1, 상상피움2)에서는 특성을 살린 그림책 중심 교육강좌를 진행(성인 4종, 아동 4종)해 복합문화공간 기능을 한다.

그림책꿈마루 이미지가 새겨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 주는 서비스인 꿈마루 우체국이 로비에 펼쳐진다. 아날로그 감성의 손편지를 보냄으로써 지인과 가족, 친구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나누는 감성 마케팅으로 힐링과 휴식 시간을 제공한다.

상부공원에 마련된 카페의 야경.
상부공원에 마련된 카페의 야경.

# 전국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 준비

그림책꿈마루는 그림책을 매개로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국내외 그림책 역사와 미래를 담아내는 군포 대표 명소로 거듭나고자 내년에도 다양한 사업을 계획 중이다.

특화콘텐츠 분야로 VR(가상현실) 체험존을 운영해 VR로 그림작가 주요 작품을 감상하고, 어린이들의 활동적 체험으로 그림책 교육과 정서 기능을 증대한다는 방침이다.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는 ‘꿈 헤는 밤’을 열어 그림책 전시, 북토크를 할 계획이다. 또 풍성한 먹거리 행사와 야외 음악 공연을 제공해 지역사회에 활기를 부여하고, 그림책 작가와 지속 연결로 그림책꿈마루의 전문 영역 강화 노력도 한다.

그림책의 예술적 가치를 재인식하고 그림책과 그림책꿈마루의 접점을 강화하고자 유명 작가의 디지털 원화 전시 특별전도 기획 중이다.

꿈마루 캐릭터 ‘까칠이’ 이모티콘 사업도 추진한다. SNS에서 홍보 방안으로 자체 개발한 캐릭터를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발전시켜 배포하고, 유튜브에 캐릭터를 활용한 영상물을 제작·홍보해 그림책꿈마루를 세계화시키는 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림책꿈마루는 단순한 그림책 도서관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로 뻗어 나갈 그림책 전문 기록관·전시관·박물관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으로 구축한 곳이다.

아이가 태어난 처음 접하는 짧은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림책은 ‘0세에서 100세까지’ 즐기고 국가나 지역, 문화 차이를 뛰어넘어 소통하는 매체다. 그림책꿈마루는 어린이, 가족, 성인 같은 전 연령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림책꿈마루가 한국 창작 그림책을 중심으로 예술 가치의 사회 인식을 확산하는 그림책 플랫폼으로 성장해 전국에서 찾는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군포=임영근 기자 iyk@kihoilbo.co.kr 사진 = 군포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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