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시 남촌동 벽화마을 벽화가 칠이 벗겨진 채 방치됐다. 전광현 기자 jkh16@kihoilbo.co.kr

오산시 남촌동 벽화마을의 벽화 곳곳이 관리 부실 탓에 흉물로 전락했다.

지난 22일 찾은 남촌동 벽화마을 입구. 도로를 따라 양쪽에 놓인 컨테이너에는 노란색 배경에 꽃과 나비가 그려졌다. 하지만 건물 간판에서 흘러내린 듯해 보이는 검은색 물질이 나비 그림 한쪽을 뒤덮었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난 성산새싹로 25번길을 따라 가자 주택가 벽면에 그린 사람 얼굴의 벽화가 보였지만 역시 얼룩졌고, 벽면 일부도 갈라진 채였다. 벽면 오른쪽 귀퉁이는 파여져 흰색으로 덧칠을 했다.

한 블록을 더 들어가자 네 송이 꽃 벽화가 나왔다. 하지만 제 모습을 유지한 건 두 송이뿐으로, 나머지 두 송이는 페인트가 벗겨지고 뜯겨 없느니만 못했다.성산새싹로 26의 1번길에선 파란색 배경에 구름과 꽃을 그린 벽화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다른 벽화들과 별 차이 없이 구름이나 꽃 아랫부분이 훼손된 상태였다. 마을 입구 왼쪽 길엔 파란색 배경의 나무와 우산 벽화가 있었지만 곳곳이 하얀색 페인트로 덧대졌다. 파라솔과 테이블 그림도 흰색 페인트로 덧칠해 벽화 의미를 퇴색시켰다.

왼쪽 길을 따라 더 들어가니 애초 청록색을 입힌 것으로 보이는 전봇대는 색이 바란 채 벗겨졌고, 부업할 사람을 구하는 구인 광고만 나부꼈다.

이 마을은 2020년부터 주거환경 개선과 예쁜 마을 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벽화를 조성했다. 남촌동 주민자치회와 인근 학교 자원봉사자, 재능기부 작가들이 참여했다.

벽화마을은 ‘아트 인 시티(art in city)’ 프로젝트가 전국에서 유행하면서 등장했는데, 벽화로 마을 특색도 살리고 관광객도 유치하려는 취지다.

남촌동 주민 유모 씨는 "오래전부터 벽화 그리는 사업을 했다고 안다"며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페인트칠로 덧대기도 하고 훼손도 많이 돼 보기 흉해졌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 씨는 "동 차원에서 시범사업으로 실시했는데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안 하느니만 못한 사업이 됐다"고 꼬집었다.

동쪽은 해마다 벽화를 새로 정비하면서 보수도 한다는 게 남촌동의 설명이다.

남촌동 관계자는 "매년 벽화 그리기 사업을 진행하면서 오래된 벽화들도 새로 정비한다"며 "다만, 행정력 한계로 훼손된 벽화를 한번에 모두 보수하는 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내년에도 새로 벽화 사업을 할 계획으로, 더 신경 써서 예쁜 마을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오산=최승세·허원무 인턴기자 hw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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