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21세기는 정보의 홍수 시대다. 이제는 세계 어느 지역에 있더라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위키피디아를 찾아 읽고, 테드(Ted) 강의를 시청하고, 무료 온라인 강좌(Mook)를 수강하면서 평생을 보낸다. 어떤 국가도 원치 않는 정보라 해서 감출 수 없다. 

전 세계인들은 클릭 한 번으로 지구촌의 최신 뉴스를 접한다. 문제는 정보가 너무나 많고 복잡해 오히려 사람들은 흐름에 역행하듯 개인적 취향과 쾌락을 좇는 일에 매몰되기 쉽다.

이런 시대에 교사가 학생에게 전수해야 할 교육 내용은 특별하다. 다만, ‘더 많은 정보’에 대한 집착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정보는 이미 학생들에게 차고 넘친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정보를 이해하고 중요 여부를 식별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다. 

이는 수많은 정보 조각들을 조합해서 세상에 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능력은 서구 자유주의 교육의 이상(理想)이었지만 지금까지 지속 추구하는 데는 태만했다.

인류는 지금 전례 없는 혁명기에 직면했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많은 교육전문가들은 거의 예외 없이 학교의 교육 내용을 ‘4C’, 즉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한다.

포괄적으로 말하면 학교는 기술적 기량의 교육 비중을 낮추고 종합 목적의 삶의 기술을 강조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이는 곧 새로운 생각과 상품을 발명하는 데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대신에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반복해서 재발명해야만 한다. 왜냐면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인간이라는 것’ 의미 자체가 변하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사람들이 사이버 공간으로의 이민이라든가 유동적인 젠더 정체성, 컴퓨터 체내 이식을 통한 새로운 감각 체험에 대처하게 될지 모른다. 간단한 실례로 자신이 3D 가상현실 게임에 사용할 최신 유행 패션을 디자인하는 직업에서 일과 의미를 찾았다 해도 10년 안에 이런 특정 직업이 AI에 의해서 대체될 수도 있다. 자신이 성취한 업적도 나이와 시간 흐름에 따라 다 한물간 것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최고 성과물이 시간이 지나면 자부심보다는 수치심에 휩싸일 수 있다. 

그러니 미래에는 알고리즘이 자기에게 꼭 맞는 것을 찾아주거나 만들어 주는 것을 단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지금으로서는 마치 공상과학 소설처럼 들릴 것이다. 이처럼 세부 내용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변한다는 것만큼은 미래의 상수(常數)다.

미래 교육에서는 ‘어른들에게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게 학교교육의 모토(Motto)가 될 것이다. 변화의 속도로 인해 어른들의 말은 시간을 초월한 지혜인지, 시대에 뒤진 편견인지 결코 확신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에 의존해야 할까? 기술?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에게 의존해야 할까? 우리 마음을 따르는 일도 점점 위험해질 것이다. 생명기술과 기계 학습이 발전해 인간의 심층 감정과 욕망까지 조작하는 것이 점점 쉬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누구인지, 내가 인생에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촉구하지 않았던가. 고전 「노자」의 가르침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와 노자의 교훈도 위협을 당한다. 우리는 지금 인간을 해킹하는 시대에 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알고리즘은 우리를 지켜본다. 그래서 우리는 이른바 ‘매트릭스’ 혹은 ‘트루먼 쇼’ 속에 산다. 이제 우리 선택은 정해졌다. 우리 개인의 존재와 삶의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싶다면 알고리즘보다, 아마존보다, 국가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 그들보다 먼저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 미래 교육에 대한 지혜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미래 세대에게 도움을 주려면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그들이 일자리를 구하고, 세상일을 이해하고, 미로 같은 인생을 헤쳐 나가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 2024년, 대한민국 교육에 보다 강력한 미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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