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왜 백만장자들은 빠르게 (최악의) 10개국에서 벗어나려 하는가’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물론 국민이 조국을 등지고 떠나는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기는 어렵다.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족 문제, 정치·종교 이슈, 각종 규제와 안전 우려, 개인 선호나 사업 기회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테다. 백만장자도 마찬가지다. 다만, 본 주제가 의미 있는 건 경제적으로 파급 효과가 크고, 국가적으로 기회와 위협의 전환점이 된다는 점이다.

보고서에서 부자에게 최악의 나라 1위로 선정된 곳은 중국이다. 이유는 예상대로다. 권위주의적 정부, 국가 통제 자본주의, 이웃 국가들과의 지속적인 분쟁과 갈등, 미국의 집중 견제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10위는 일본이 차지했다. 매체는 ‘높은 생활거주 비용과 인구 과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정부 규제가 일본 부자들의 탈출을 양산해 낸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거주비용이 가장 비싸고, 엔화 가치도 급속히 떨어지는 상황에서 자산을 보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7위에 랭크됐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과 결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중국 부자들처럼 제도적 이슈나 일본처럼 경제정책에 대한 합리적 선택 과정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손쉽게 자본을 국외로 이전 가능해 (생활비가 적게 드는 곳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사실이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좋은 경제환경을 구축하는 것으로는 이들의 자본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정책 개선도 중요하나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길목의 문턱을 높이는 노력도 필요할 듯하다. 

물론 자본 이동을 규제하는 건 장기적으로 득보다 실이 크다. 중국의 탈출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도 권위적인 정부와 경직적인 금융환경 탓이 크다. 중국을 탈출한 백만장자들은 대부분 미국과 호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로 이동했다. 기업 납세에 관대하고, 금융규제가 적으며, 안정적인 경제제도를 갖춘 곳들이다. 주목해야 할 건 돈의 흐름이다. 유출은 줄고 유입은 늘도록 금융제도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래야 총자본을 늘려 추락하는 잠재성장률에 도움을 준다. 이번 보고서가 시사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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