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박영조 전 인천전자마이스터고 교장

지난해 12월 20일 마이스터고 첫 졸업생 배출(2013년 2월) 10주년을 축하하는 뜻깊은 행사가 서울 한 호텔에서 열렸다. 참석한 마이스터고 초대 교장, 졸업생 대표, 현직 교장, 마이스터고 멘토단 등은 졸업 10주년을 회고하며 감회에 젖었다. 당시 마이스터고를 설계한 이주호 부총리도 함께 자리해 기념동판을 증정하며 축하했다. 

2010년 21개 교로 시작한 마이스터고는 현재 54개 교가 운영 중이다. 지난해 8월 교육부는 중등직업교육을 다시금 도약시키기 위해 ‘중등직업교육 발전 방안’을 관계 부처와 마련해 발표했다. 디지털, AI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마이스터고를 65개 교까지 확대하고, 지역 중심 선도 모델로 ‘협약형 특성화고’ 35개 교를 육성하는 방안이 핵심이다. 현장이 원하는 학교 100개 교 육성을 통해 중등직업교육을 재도약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필자가 재직한 인천전자마이스터고 1기 졸업식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 학생들의 ‘20대 명장 꿈’을 격려해 주셨다. 고등학교 졸업식에 대통령이 참석한 사례는 최초였다고 기억하며, 지금도 그때 감동을 잊지 못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도 경기게임마이스터고를 직접 방문해 학생들을 격려해 줬기에 마이스터고는 새로운 희망에 부풀었다. 

마이스터고는 2010년 초반 척박한 중등직업교육 풍토와 현장 우려를 뚫고 중등직업교육의 선도 모델로 안착했다. 

첫 번째 성공 요인은 ‘매력적인 영마이스터 양성 모델 제시’다. 특성화고와는 차별화된 산업수요 맞춤형 교육을 과감하게 도입한 점이 주효했다. 바른 인성 토대 위에 글로벌 수준의 맞춤형 인재 양성을 지향한 것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통했다. 해외 우량 기업 인턴·취업하는 글로벌 인재형, 지속성장을 지원하는 선취업 후진학 기술혁신형 등 매력적인 성장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던 게 성공 이유다. 

두 번째 성공 요인은 상향식 정책 추진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집단지성으로 기존 제도를 보완한 정책을 수립하고 혁신적으로 학교 문제 해결을 모색했다. 산업체 우수 강사와 교사 그리고 대학교수가 협력해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교과서를 집필해 전문대학 수준을 넘어서는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한 점도 성공 토대가 됐다. 

세 번째는 다양한 거버넌스 참여다. 학교와 교육청, 교육부, 기업 등 다양한 거버넌스가 공동 목표를 향해 자원을 공유하고 기존 칸막이를 걷어낸 협력이 성공 요인이다. 거버넌스 관계자들이 연찬, 평가·컨설팅, 문제점 공동 해결 방안 모색 등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인 고민을 한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넷째, 직업교육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바탕으로 기술인재 역량 개발을 위해 새로운 산학협력 방식을 시도한 점이다. 그 결과, 마이스터고는 그 어떤 학교보다 많이 공부하는 학교로 관심을 받았고, 결국 기업에게 신뢰받는 학교로 탈바꿈했다. 

마이스터고는 졸업 10주년을 맞이한 지금, AI로 대표되는 디지털 대전환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이 도전의 파도에 올라타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성찰하며 재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하나, 디지털 대전환 등 산업 변화에 대응한 교육과정과 교수 방법을 재구성해야 한다. 둘, 교육의 투입·과정·산출 전 과정을 점검하고 환류하며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해 나가야 한다. 셋, 더 견고한 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해야 한다. 

넷, 마이스터고 교원의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다섯, 교사들의 자기계발 기회를 확장해야 한다. 여섯, 마이스터고 단위로 운영되는 교육과정을 엮고 정리해 동반성장하도록 공유해야 한다. 

일곱, 기술교육 노하우를 축적한 베이비붐 세대 교원들의 노하우를 적극 발굴·활용해야 한다. 여덟, 마이스터고는 중장기 발전 전략을 수립해 이를 토대로 장기적 안목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인재를 육성해 나가야 한다. 

마이스터고 졸업 10주년을 넘어 앞으로 50년 도약을 위한 마이스터고의 재도약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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