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철 의왕시 문화예술정책관
안종철 의왕시 문화예술정책관

2009년 고고학자들은 독일 남부에 한 동굴에서 독수리의 날개뼈로 조각된 피리를 발견했다. 섬세하게 조각된 피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로 알려졌는데 사람들이 약 4만 년 전부터 음악을 만들어 왔음을 보여준다.

과학자들은 음악을 듣는 것은 우리에게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유익하다고 말한다. 음악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결속력이나 사회적 유대감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정서적 안정감을 주며 우울증 치료에도 쓰인다. 이렇듯 음악은 늘 우리 곁에서 친구로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며 함께 성장해 왔다. 이러한 음악을 상업화하고 발전시킨 산업은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왔고,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변화를 겪는다.

한국의 음악문화는 역사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국악과 K-팝 등의 대중음악으로 나눈다. 이번 칼럼에서는 K-팝을 이야기해 보겠다. K-팝은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다. K-팝은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가졌으며, 아이돌 그룹들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끈다. 대표적인 가수로는 BTS, 블랙핑크 등이 있다.

K-팝은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대체로 노래와 춤, 패션 등을 융합한 스타일을 가졌으며 일렉트로닉, 힙합, R&B,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조합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또한 K-팝의 뮤직비디오와 무대 연출은 매우 화려하고 섬세하며, 다양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사용해 패션의 트렌드를 선도한다. 

그리고 K-팝은 각 나라의 영문자 이니셜을 앞에 붙여 개별적으로 이야기해 볼 수 있지만 K-팝이 현재 보여주는 모든 현상에 대한 정체성은 다른 나라의 대중음악의 내적 의미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의미를 가진다. 과거 대표적으로 영국에서 비틀즈와 같은 그룹이 전 세계를 강타했지만 이는 특정 그룹에 한해 한시적인 인기를 보여줬던 개별 사례이고, 현재 K-팝은 차원이 다른 전방위적인 엄청난 확산세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혁신 성과는 이수만과 방시혁 프로듀서를 비롯한 소수의 혁신가들이 주도했으며, 이들은 국내외 음악 시장에서 파생된 위기와 기회에 대응해 아이돌화, 수익원 다변화,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해외시장 개척)이라는 3대 전략을 창의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세계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또한, K-팝은 팬덤 문화가 발달됐는데 팬들은 그룹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활동, 그룹과 멤버들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며 BTS의 아미(Army)는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한다.

2023년 기준 세계 음악산업의 규모는 약 70조 원으로 추정되며, 한국 음악산업의 규모는 약 7조 원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는 스트리밍 시장이 더욱 성장하면서 음악산업 전반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으며, 한국 음악산업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한류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음악산업의 국제적인 영향력도 점차 커졌다.

K-팝 붐이 거세지면서 한국의 음악 앨범과 비디오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한국의 대중음악이 예술의 차원을 넘어 국가 브랜드와 산업혁신 차원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에 힘입어 문화콘텐츠 산업은 2018년에 이미 가전 산업을 제치고 13위의 국가 수출 품목으로 등극했다. 그 결과 2020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문화예술저작권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했다. 한류의 이러한 산업적 성공은 한국경제가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대응하고 실천해야 할 혁신전략에 관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콘텐츠산업은 크게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방송, 광고, 지식정보, 캐릭터·라이선스 등 10개 분야로 분류되며, 시장 규모는 세계 반도체 시장의 5배 수준이다. 특히 콘텐츠산업은 주변 산업에 미치는 효과, 즉 긍정적 외부효과가 크다는 점 때문에 그 가치를 더 인정받는다. 콘텐츠산업을 비롯한 문화산업은 개별 소비자들이 상품 소비에서 얻는 즐거움과 효용 외에도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 관광 등으로 연계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 등과 같은 외부 편익이 강하게 발생하는 성향이 있다. 특히 한류 콘텐츠의 경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개별 비용 없이 ‘한류’ 이미지를 차용하고 그 편익도 동시에 누려 공공재와 같은 역할도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독특하게도 관련 소비재 수출 견인 효과까지 기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는 반도체 시장에 투자는 천문학적으로 늘리면서도 콘텐츠산업에 대한 투자나 지원은 인색하며 개별 기업의 능력에만 의존한다. 이에 의왕시가 2040년 중장기 시정 발전계획으로 왕송호수 주변에 ‘K-뮤직밸리’라는 음악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은 의왕시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할 것으로 기대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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