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국정(國政), 이는 ‘나라의 정치’ 또는 ‘나라를 다스리고 운영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 국무총리는 "국민의 뜻이 국정 방향… 민생이 곧 정책"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국정의 핵심이다. 국정과 관련하여 어느 정부든 국민의 입에 숱하게 오르내리는 말은 곧 정치에 대한 민심(民心)의 표출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국정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말은 거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압도적이다. 예컨대 ‘국정농단’이 그 대표적이다. 몇 해 전에 대한민국 정부는 대통령과의 오랜 친분을 내세운 민간인의 국정농단으로 인해 촛불혁명의 점화선이 됐고, 결국 대통령이 탄핵되었으며 정권이 교체되는 정치의 흑역사가 있었다.

국정농단은 나라의 정치에서 권력을 독점해 개인의 욕심을 채우거나 이익을 차지하는 행위로 인해 나라를 큰 혼란에 빠트리는 것을 의미한다. 동서고금의 정치사에서 흔한 일로 그 후유증은 국민에게 그대로 돌아오고 국가의 기강이 무너지며 정의와 상식이 깨져 원칙 없는 무분별한 통치로 변질된다. 최고 권력자 주변에는 호시탐탐 권력의 문고리를 잡고 호가호위를 누리며 개인과 가문의 출세와 영달을 누리려는 자들이 성행한다. 그들로 인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무시를 당하고 국격은 저급한 수준으로 떨어지며 국가의 존재마저 위태롭다.

최근 정치권은 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물론 제3지대의 입지를 꿈꾸며 출사표를 던지는 정치 세력이 준동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이력에 한 줄 경력을 추가함으로써 천군만마의 지원을 받아 국회의원을 비롯한 고위직에 입문하려는 자들의 증가다. 이처럼 공직에 잠시 머물러 개인과 정당에게 유리하게 경력을 이용하려는 행태가 우려를 금치 못하게 만든다. 그것은 바로 이른바 ‘1개월 실장’, ‘3개월 장관’, ‘6개월 차관’ 경력자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다. 물론 총선 출마를 한다고 당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실 실장을 포함한 요직의 담당자들과 주요 경제 부처 장차관 임무의 막중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왜냐면 외교·안보 부처와 함께 국정 운영의 중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6명의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중 5명이 총선에 출마한다고 교체된 상황은 우려를 넘어 불안을 유발한다. 물론 장·차관을 하다가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것은 피선거권을 가진 민주국가의 개인에게 자유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3개월이나 6개월 뒤에 정치권으로 나갈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장·차관으로 임명하는 현 정부는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이것이 과거 정치권의 관례와 ‘오십보백보’라 해도 지나치게 단명으로 끝나 결국은 한 줄의 경력을 추가함으로써 국민의 선택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것은 참을 수 없는 국정의 가벼움이기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는 어쩌면 국가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해악이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준비 기간이 없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점지한 것처럼 등장해 국민의 기울어진 표심을 자극하고, 허구한 날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정당간의 알력과 갈등, 논쟁에서 얄팍한 반사이익을 취해 ‘묻지마식 투표’의 결과를 낳는다. 이렇게 국정을 운영하는 지극히 불행한 사례는 이젠 멈춰야 한다.

다시금 묻고 싶다. 대한민국의 국정운영이 이렇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것인가? 업무의 전문성도 없이 낙하산처럼 각종 장·차관 자리에 내리꽂히는 것은 묵과하기 참으로 어렵다. 결국 경력 한 번씩 달아주고 총선에 내보내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지 않는가. 아무리 궁하다고 이렇게 정치를 할 수는 없다. 이상적인 관료 조직은 대통령실의 실장이나 부처 장차관이 바뀌어도 빈틈없이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서당 개도 3년은 돼야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담당 업무를 완전히 파악하기도 전에 불상사만을 초래하게 될 빈번한 국정 담당자의 교체는 이젠 멈춰야 한다. 가사도 회사일도 아닌 국정이지 않은가. 국정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기는 철학도 없는 정부라 할 그 가벼운 인사정책에 아쉬움과 함께 분노를 자아내는 것은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결코 국민의 뜻이 아님을 분명하게 자각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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