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으로 이웃 사이에 분쟁이 일고, 심한 경우 칼부림에 살인사건 등 강력범죄로 이어진다. 많은 국민들이 아파트,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면서 생긴 해묵은 문제지만 수십 년간 대책 없이 방치되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대부분 아랫집의 소음 자제 부탁이나 항의를 기분 나빠하거나 무시하면서 갈등이 생긴다. 더구나 관리실에 얘기해도 뾰족한 방법이 없고, 경찰이 출동해도 자제 권고로 끝나 고민 끝에 ‘복수’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실행하기도 한다.

윗집 소음에 복수하는 방법은 온라인 공간에서 찾기 쉽다. 천장에 스피커를 붙여 놓은 뒤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 소음 공격을 하는 방식이다. 밤이건 새벽이건 상관없고, 사유재산이라 경찰이 와도 무시하면 그만이라며 각종 대처 방법까지 자세하게 안내하는 글이 가득하다. ‘오죽 말이 통하지 않고 얼마나 시달렸으면 사비까지 들여가며 복수할까’라는 공감을 얻기도 하지만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지난 연말 층간소음 분쟁을 겪던 윗집에 ‘스피커 복수’를 했다가 스토킹으로 처벌받는 대법원 판례가 확정됐다. 내 집이라고 내 멋대로 복수를 했다간 법의 심판을 받는다. 

그간 층간소음에 뒷짐을 지던 정부와 정치권도 적극적인 대책을 속속 내놓아 반갑다. 아파트 층간소음 기준 미달 땐 보완시공을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준공을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엔 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보완시공·손해배상이 권고사항에 불과해 보완조치 이행을 강제하기 어려웠는데, 강력한 조치로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 의지가 엿보인다. 

또한 층간소음 분쟁을 예방하고 조정하기 위한 층간소음 관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 단지를 의무관리 대상 중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으로 하도록 하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도 추진 중이다. 이 경우 층간소음 갈등 중재와 조정, 민원 상담 절차 안내, 예방교육 등 층간소음 대처가 지금보다 더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정부와 지자체는 층간소음 측정, 진단, 저감제 설치 비용도 지원한다. 국회에서는 아파트 바닥을 두껍게 해 층간소음을 줄이면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주택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번에 시행되는 법과 제도가 위아래 이웃 간 분쟁을 줄이고 개선하는 효과를 보이리라 기대하지만 갈 길이 아직 멀다. 층간소음 기준 미달 아파트의 보강시공 의무화와 준공승인 불허는 주택법이 개정돼야 하고, 법 개정 이후 짓는 아파트에 적용되려면 한참 멀었다. 더구나 기존 단지 분쟁은 아파트를 새로 밀고 짓지 않는 한 반복 재생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30년, 50년이 걸리든 층간소음 분쟁이 종식되기 전까지 정부는 효율적인 정책을 만들고, 아이들 있는 집은 매트를 깔고, 뒤꿈치 망치를 사용하는 어른들은 실내화를 신는 등 상호 존중하는 지혜와 배려가 필요하다. 복도와 승강기에서 마주치면 웃음으로 대하고 여유가 넘치는 더불어 사는 이웃사촌 관계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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