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우 보건학 박사
한현우 보건학 박사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건강의 정의에 따르면 건강은 단지 질병에 걸리거나 허약하지 않은 상태만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다. 이 중 정신건강은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독립적·자주적으로 처리해 나가고, 질병에 저항력이 있으며, 원만한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는 상태이자 성숙 상태를 말한다. 즉, 정신적으로 병적 증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며 자주적이고 건설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잘 처리해 나가는 성숙된 인격체를 갖춘 상태다.

현대 인류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자연과 분리된 생활환경으로 다양한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되고 방치되기 쉬운 삶을 산다. 이에 따라 도시인들의 우울, 불안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치유농업 필요성이 대두된다. 미국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은 바이오필리아 이론에서 "인간 본능에는 자연으로 돌아가려는 욕구가 있다"고 했다. 이는 녹색사랑, 생명사랑이라 하는데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연 영역에서 편안함을 느끼려는 속성이 있다.

치유농업이란 농업·농촌자원이나 이와 관련한 활동을 통해 국민의 신체·정서·심리·인지·사회 등의 건강을 도모하는 활동과 산업을 의미한다.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집중됐던 월빙 열풍은 2010년 이후 들어 인간과 자연 모두의 치유를 통해 행복하고 지속적인 삶을 추구하는 힐링트렌드로 변화했다. 힐링 측면에서 농업은 신체활동으로 인한 물적 효과 말고도 생명을 돌보는 주체가 된다는 자존감, 내가 가꾼 것이라는 소유의식, 생명존중사상 등 심리적 효과가 크다고 나타났다. 

치유농업과 일반농사의 큰 차이점은 치유농업은 농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건강 회복을 위한 수단으로 농업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기존 농업은 생산자인 농부가 농산물을 생산하면 유통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돼 농산물을 소비하는 형태로 농부와 소비자는 별개의 존재였으나, 치유농업은 농부가 농산물 생산뿐 아니라 교육, 상담, 치유활동 등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소비자는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해 노작활동으로 신체와 정신건강을 회복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치유농업이 도입 단계지만 영국·네덜란드·벨기에 등 각국은 social farming, green care farming 등으로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운영한다. 문제행동 청소년, 알코올의존증·약물중독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대해 보건의료기관, 교육기관, 사회복지기관과 치유농장이 연합해 치유활동을 전개한다. 

치유농업이 사용되는 사례를 보면 학교에서 텃밭을 만들고 식물을 키우는 활동이 위기를 겪는 아동·청소년들에게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 참여 학생의 골격근량·기초대사량 증가, 학교생활 적응도 향상, 자존감 회복, 정서적 안정감 증가 등 긍정 변화가 있었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실버주말농장에서 텃밭 가꾸기, 토마토 심기, 허브차 만들기 활동을 통해 우울감이 해소되고, 콜레스테롤·체지방률도 각각 감소해 치유농업 활동이 정신적·신체적 건강 증진에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 아울러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인슐린 분비 기능 향상,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 등 치유농업 효과를 검증했다.

농어촌에서 치유적 활동을 얻으려는 귀촌·귀어인구가 증가한다. 낙후된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치유농업 효과를 검증하고 치유산업과 관련된 보다 깊은 정책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자연에 노출된 상태에서 신체활동을 하는 걷기, 자전거 타기와 정원 가꾸기, 자연보호 등 녹색운동과 자연생태를 조성하거나 보존하는 녹색치유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여기에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융합해 종합산업인 6차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정부가 이를 중점 사업으로 선정해 국민의 신체 건강은 물론 마음 건강까지 책임지는 치유농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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