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가치는 음악을 하는 순간이고, 무대 위에서 죽는다면 가장 행복할 듯싶습니다."

경기아트센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변화에 기대가 모인다.

지난해 11월 김선욱 예술감독은 5년 만에 실시한 경기필 신규 단원 공개 채용에 차기 예술감독 자격으로 참여했다. 이달 취임해 앞으로 2년간 경기필을 이끌 예정이다.

8일 열린 취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욱 예술감독은 "악기를 다루던 사람이 지휘자로 전향하면 편견이 존재한다"며 "오해와 편견이 아쉽지만 눈치 볼 생각은 없다"고 소신을 전했다.

김선욱 예술감독은 1988년 서울에서 태어난 올해 만 35세 젊은 음악인으로, 2006년 리즈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으며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과에 입학해 콜린 메터스(Colin Metters)의 지도를 받았다.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부산시향, 대전시향 등 국내 유수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영국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페인 마드리드 엑셀렌티아 재단, 마카오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며 지휘자로서 역량을 증명했다.

경기필과는 지난해 6월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에 객원 지휘자로 포디움에 오르면서 인연을 쌓았다.

올해 경기필은 오는 12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024년 김선욱 감독 취임 기념 신년음악회와 총 5번의 마스터즈 시리즈를 선보인다.

신년음악회 첫 곡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만든 최고의 걸작 ‘피가로의 결혼’ 서곡으로, 앞으로 경기필과의 흥미진진한 날들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일찍이 전석 매진돼 경기도민의 기대감을 증명했다.

이어지는 알렉산드르 스크랴빈의 ‘피아노협주곡’은 특별히 스크랴빈 피아노 작품으로 주목받은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협연한다. 2부에서는 요하네스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한다.

김 감독은 "지난해 6월 차이콥스키 6번 교향곡으로 경기필을 지휘할 때 음악적 지향점이 같은 오케스트라라고 느꼈고, 그 여운이 오래 남았다"며 "그동안 살아있는 음악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만큼 경기필의 2024년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듣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속적인 응원과 관심을 부탁한다"고 했다.

이후 경기필 첫 정기연주회는 베토벤으로 시작한다. 또 베토벤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브람스와 리스트, 리스트와 연결된 바그너,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슈트라우스와 연결된 말러, 이 모든 작곡가들과 연결된 버르토크까지 서양음악사 한 부분을 담당했던 작곡가들을 올해 조명한다.

올해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에는 해외 유명 연주자들이 참여한다. 라이너 호넥을 필두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 바딤 콜로덴코, 30여 년간 파리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활동 중인 파스칼 모라게스, 차이콥스키 콩쿠르 준우승자인 마크 부쉬코프가 경기필과 협연한다.

바딤 콜로덴코, 파스칼 로라게스와 국내 오케스트라의 협연은 이번이 처음이며, 마크 부쉬코프는 첫 내한공연이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경기필 프로그램에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대다수 배치됐다"며 "경기필의 세계 무대 진출을 위해 국외 활동 연주자들과 협연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음악 철학으로 ‘꾸준함과 긴 호흡’을 꼽은 김 감독은 단원들과의 소통과 호흡에 귀 기울이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지휘자이기 전에 연주자로서 독주·협주든 무대에서 노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연주자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무대 위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단원들과 소통 이해도가 높다. 앞으로의 동반성장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춘기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1년여간 공석으로 있던 경기필 예술감독 자리에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음악가 김선욱을 영입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김선욱의 음악 재능과 잠재력, 곡 해석 능력, 개성과 카리스마, 연주자와 관객을 지배하는 능력, 소통력을 봤다"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인영 기자 liy@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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