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길 인천지방법무사회 이사
문용길 인천지방법무사회 이사

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상대방인 피고가 이의신청 및 답변서를 제출하면 이에 대해 원고가 준비서면을 꼭 제출해야 하는지 많이 궁금해합니다. 대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여기서 ‘준비서면’이란 당사자가 변론에서 진술하고자 하는 사항을 기일 전 미리 적어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을 말하고, ‘변론’이란 기일에 공개 법정에서 양쪽 당사자가 말로 판결의 기초가 될 소송자료, 즉 사실과 증거를 제출하는 방법으로 소송을 심리하는 절차입니다.

사례를 통해 설명하겠습니다.

원고가 법원에 금 2천500만 원에 대한 물품대금 청구의 소를 제기해 이행권고결정이 났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이를 받아 보고 금 500만 원을 채권자 등의 계좌로 입금하고 이의신청 및 답변서를 제출합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금 500만 원을 변제했으니 금 2천500만 원이 아니라 금 2천만 원이다. 천천히 갚을 테니 선처를 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 경우는 상대방이 이미 채무를 인정한다는 자백으로 간주될 여지가 높고 변제 의사도 밝혔기에 조정사건으로 회부돼 조정으로 종료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굳이 준비서면을 제출하지 않더라도 지정된 기일에 출석하면 상대방 출석 여부에 따라 조정으로 종료되거나 청구금을 금 2천만 원으로 줄여서 변론이 종결돼 소송이 판결선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상대방의 답변서에 대해 변론을 서면으로 꼭 준비해 제출하는 편이 낫습니다.

아는 지인에게 사업 자금으로 금 3천만 원 상당을 빌려 줬는데 깜깜무소식에 지인은 갚을 생각을 안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은 법원에 대여금반환 청구의 소를 제기합니다. 상대방은 소장 부본을 받아보고 답변서를 제출했는데 그 내용은 원고가 돈을 빌려준 것이 아니라 투자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이는 "돈을 받았지만 대여가 아니라 투자다." 식으로, 상대방 주장 요건사실에 이유를 붙여 간접적으로 다투는 형태입니다. 당사자 사이에 금전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에 관해 다툼이 없긴 하나, 돈을 대여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서는 피고가 다툽니다. 이런 경우 원고가 피고의 답변을 반박하지 않는다면 원고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변론기일에 나가서 구두로 이건 투자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법정에서 당황하지 않고 진술하려면 미리 서면으로 기재해 제출하는 것이 낫습니다. 판사님 또한 그 사실을 준비서면을 통해 서면으로 제출·입증하라고 말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다시 변론기일이 잡히게 되고 재판도 그만큼 길어지게 되겠죠.

준비서면 제출기간이 엄격히 지켜지지는 않지만, 무의미하게 기일이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준비서면은 변론기일 7일 전까지 상대방에게 송달되도록 적당한 시기에 제출해야 합니다.

위와 같이 청구원인 사실을 피고가 부인하면 증명책임은 원고에게 있습니다. 위의 경우 원고는 청구원인 사실(대여금반환 청구 요건사실) 중 금전소비대차계약(변제기 포함)을 체결한 사실을 주장해야 하고, 더 나아가 법관에게 이 사실 존재가 십중팔구 확실하다는 믿음을 줄 정도로 증명해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상대방의 자백 의미가 담긴 답변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답변서에 담긴 내용이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엉뚱한 주장이라고 여겨지더라도 이에 대해서는 준비서면을 제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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