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감독원이 (지난 5일부터) 손실 확정 사례가 발생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해 현장검사를 시작했다. 핵심은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여부 확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ELS 총 판매액의 91.5%가 개인투자자(17조7천억 원)로, 이 중 65세 이상이 30.5%(5조4천억 원)에 이른다고 집계됐다. 과연 이들 고령층이 상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자신의 노후 자금을 맡겼을지 궁금하다. 참고로 이번 조사에는 국내를 대표하는 웬만한 시중은행과 증권사 대부분이 포함됐다.

지난달에는 채권형 랩·신탁 업무 조사에서 대형 증권사들이 경영진 결정 하에 불법 관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펀드 손실을 다른 쪽 펀드 이익으로 돌려막고, (만기, 신용등급 등) 계약과 다른 채권을 편입·운용한 혐의다.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은 고객과의 일대일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다수 고객을 모아 운용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개별 고객에 특화된 상품이다. 당연히 계약대로 운용돼야 하고, 투자자 이익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 기본 원칙들이 다 무너졌다.

이런 투자자 피해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독일 국채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는 금리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수익을 얻는 구조인데, 2019년 독일 국채금리가 급락하며 손실률이 98.1%까지 발생했다. 같은 해 라임펀드는 당시 시중금리가 1~2%인 상황에서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모은 후 돌려막기 하다가 환매 중단 사태에 이르렀다. 2020년 터진 옵티머스펀드는 설계 자체부터 투자자를 속인 사례다. 안정적인 국채에 투자한다며 1조2천억 원을 모은 뒤 조폭 기업에 투자해 5천500억 원을 날렸다.

이들의 공통점은 고객이 투자 위험성을 알지도 못하고, 통제할 수도 없는 부분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다. 더 기가 막힌 건 소비자들이 실제로 투자를 결심한 원인, 즉 ‘주요 금융업체의 신뢰’를 무너뜨린 책임자 처벌은 없다는 것이다. DLF 사태로 금융위 중징계를 받은 판매 은행의 최고의사결정권자는 1·2심과 대법원 모두 징계 취소 판결을 받았다. 쟁점이 같은 라임·옵티머스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식이면 재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본질을 외면하면 투자자 보호도 그만큼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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